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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Paradox)이라는 표현은 논리적이면서도 가끔은 문학적이다.  무엇을 원하면 원할수록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증의 강도는 더욱 깊어진다. 사랑도 그렇고 삶이 그렇다. 실제로 살아가다보면 '역설'이란 단어 말고는 따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저축의 역설'.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말이다. 케인즈언의 총수요이론을 설명하기위한 개념이다. 경제적인 풍요을 위해 사람들이 현재 소비를 포기하는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늘린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장은 침체된다. 소비의 감소로 생산이 감소하고 기업들의 매출은 줄어든다.
또 실업율은 올라하고 결국 개인들의 저축액도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저축은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저축이 개인에게는 부의 증대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사회전체적으로 봤을때는 그와 반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는 '빅데이터에 대한 역설'을 얘기해보자.
빅데이터(Big Data)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이미 정점에 올라왔다. 이제 거의 모든 산업에서 빅데이터는 현상을 설명하는 기본적인 전제가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의 볼륨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분석의 기술"이라는 정의도 확립됐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제 서서히 빅데이터에 대한 거부감 또는 반작용도 만만치 않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 당국은 '비식별화를 거친 개인정보는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물론 이번 금융 당국의 '비식별화 조치' 이전에도 개인정보로 분류되지 않은 정보를 기업들이 빅데이터로 활용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거래금융법 등 기존 법의 경계에 걸쳐있는 개인정보의 범위를 보다 분명하게 구분해줌으로써 금융회사 또는 이를 이용하려는 기업들의 혼선를 줄여다는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비식별화'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핀테크 시대에서 빅데이터는 그 분석(해석)과 활용에 따라 매우 격렬한 논쟁을 유발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분명히 비식별화를 거쳤지만 결국은 그 분석의 결과치가 개인의 삶이나 평판에 다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올 수 있기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금융권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중금리 대출'을 들 수 있다. '중금리 대출'은 은행금리 보다는 높지만 2금융권 금리보나는 낮은 연리 5~15% 대의 대출 구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중금리 대출 이율을 기존의 방식으로 개인마다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존의 신용평가 체계와 데이터로는 개인 대출이율의 차별화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결국 빅데이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하고, 필요하다면 개인의 행동패턴까지도 신용평가점수로 치환한다. 필요하다면 소셜미디어의 개인 평판, 즉 '좋아요' 카운트까지도 대출 금리 산출에 활용된다.
현재 나와있는 모바일 스크래핑 기술은 여기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이보다 훨씬 더한 개인의 행동패턴까지도 읽어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렇게 난해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빅테이터 분석을 통해서 산출된 매우 정교한 개인의 대출이율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홍길동씨의 대출이율은 9.85%입니다'
누구는 이것을 이율이 아닌 개인의 '삶의 등급'으로 볼 것이고, 또 누구는 이것을 '신용도의 등급'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개인의 대출이율이 공개 또는 공유는 안되겠지만 누구에게는 마치 출생의 비밀처럼, 대출 이율을 꽁꽁 숨기고 살아가야하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일 것이다. (물론 개인 대출 이율을 정할때, 소셜미디어 등에 나타난 데이터는 개인의 동의를 얻어 분석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이러한 상황 설정에 대해 누구는 '너무 과민하다'고 할 것이고, 누구는 '인간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그나마 빅데이터 때문에 대출 이율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오히려 고마워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구가는 "데이터의 왜곡이 생기지 않겠는가? "라는 약간 다른 성격의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즉, 개인의 모든 것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인이 평판 데이터를 관리하기위한 의도된 왜곡, 오류 행위가 공공연히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과연 빅데이터를 통해 얻고자 했던 궁극적인 효과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빅데이터는 정확한 분석을 위한 기술적 도구일 뿐 그 결과치에 대한 개개인의 해석까지 책임지지는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빅데이터가 혹시 개인이 원하지 않는 영역에 까지 개입하게 된다면 부작용은 생길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사회가 빅데이터 만능주의에 빠진다면, 개인들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왜곡되는 현상이 증가할 수 있다.  
빅데이터로 인해 데이터가 더욱 왜곡되는 현상, 이러한 역설적인 현상에도 누군가는 대응을 해야한다. 
분명한 것은, 이는 최근 빅데이터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시민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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