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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로 진화한 편의점, 금융 점포를 대신할 수 있을까

통신방송 17.12.01 17:12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2016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에 따르면, 지난해 ‘안전상비의약품’중 1위가 98억8000만원을 공급한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이다. 안전상비약품은 편의점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 이중 ‘타이레놀정 (500밀리그람)’의 편의점 공급금액은 2014년 70억원, 2015년 85억원을 차지했다. 


눈여겨봐야할 것은 안전상비약품의 매출 비중이 약국 보다 편의점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해열진통제를 구매하는 데 있어 편의점과 약국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단지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구매할 뿐이다. 해열진통제를 구매하는데 고객이 약국과 편의점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면 결국은 구매 편리성과 접근성외에는 차별화의 요소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편의점의 분포도와 약국의 분포도를 정밀하게 비교한 자료는 없다. 다만 직감적으로 생각한다면 전국 3만4000개 넘는 편의점은 양적으로 약국을 압도한다. 특히 24/365서비스 체계를 갖춘 편의점은 오후 9시면 대부분 문을 닫기시작하는 약국에 비해 판매 시간 제약도 없다. 편의점은 ‘24/365’ 연중 무휴서비스 그 자체로 강력한 비교우위 요소다. 

◆편의점 기능의 무한 확장, 타 업종의 제휴 유혹 = 이같은 편의점의 강력한 비교우위 요소는 타 산업군의 입장에서 봤을떄 매우 유용한 ‘보완재’의 역할을 한다. 심지어 적인 역할까지 수행한다.  편의점에서 지방세를 수납하는 것은 이미 3~4년전부터 시작됐다. 

편의점은 택배를 받아주고, 핸드폰도 개통한다. 전국 편의점 가운데 이미 95% 이상 택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편의점은 O2O(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의 전초 기조로도 탈바꿈하고 있다. CU는 11번가에서 주문한 상품을 CU에서 찾는 ‘11PICK’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인택배함을 설치하고 상품을 수령하는 ‘전자락커 서비스’는 인기가 높다. 

스마트폰이 모든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을 단숨에 집어 삼켰듯이 편의점은 최소한 그런 '공통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편의점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괴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편의점의 본원적 기능에 변화가 옴에 따라 수익모델에도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 편의물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타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하는 식이다. 1인 가구 시대가 확대되면서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편의점은 식당의 기능을 수행한다. 비용이 저렴하고 식사 시간도 절약된다. 통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도시락 매출은 2015년과 비교한 평균 168.8%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금융에 대한 환상 =  기존에는 편의점의 포화가 큰 문제였다. 편의점의 난립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가맹점주들의 고통이 사회문제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편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편의점의 잠재력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의 신규 출점 수는 총 3000개가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마트24’(구 위드미)처럼 무인점포도 출현하고 있다. 

편의점의 새로운 역할 모델에 있어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편의점 + 은행’ 모델이다. 지금은 편의점에서 제공되고 있는 금융서비스는 CD(현금인출기)를 통한 CD VAN서비스가 일반적이다. 수수료가 다소 비싸더라도 고속도로휴게소나 현금이 필요한 새벽에 유용하게 편의점 CD 지급기를 사용한 적이 한 두 번씩은 있다. 

금융권에서는  ‘편의점’을 매우 유용한 금융서비스 전초 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듯하다. 비대면채널 시대로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기존 점포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미처 오프라인(점포) 채널에서 철수할 수 없는 몇몇 서비스를 편의점을 통해서라도  처리하고 싶은 니즈가 존재하는 듯하다.

다만 편의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무엇인지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는다. 앞서 우리은행은 올해 초 편의점 캐시백 서비스를 선보였다. 우리은행 체크카드를 소지한 고객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체크카드 잔고한도 내에서 몇만원을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강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다양한 방식의 편의점 금융서비스는 어떤 형태로든 꾸준하게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지난 2015년 12월부터 선보인 셀프뱅킹시스템 ‘디지털 키오스크’를 확산시켜왔다. 기존 유인 점포에서 가능한 역할을 무인 점포로도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디지털 키오스크’는 결국 편의점과 같은 독립적으로 확보된 공간이 필요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수도권 21개 지점에 디지털 키오스크를 기반으로 한 셀프뱅킹존인 ‘스마트라운지’를 설치했다.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 스마트라운지와 관련한 추가된 내용을 따로 발표하지 않았는데, 아직은 본격적인 활성화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다만 신한은행도 편의점을 활용한 ‘디지털 키오스크’의 운용전략을 찾고 있다. 지난해 6월, 신한은행은 서울대내 CU 편의점에 디지털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운용에 들어갔다. 편의점은 기존의 무인 ATM 보다 비용이 저렴할뿐만 아니라 관리가 용이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설치된다. 

◆"본질의 역할 모호"... '이종 융합모델'이 과거에 실패한 이유 = 지금까지 설명한대로 편의점은 아쉬운대로 내게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워줄 수 있는 장소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편의점 + 금융’ 모델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폭발적인 융합서비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편의점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에 불과하기때문이다 . 

이와 유사하게, 20년전에 ‘전화부스 + 금융’ 모델이 은행권 일각에서 나온적이 있다. 이후에도 가끔씩 변형된 모델이 나왔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공중 전화부스에 금융 ATM을 설치하고, 전담 직원 1~2명을 관리자로 두면서 대출 업무까지도 커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지금에는 다소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일부 은행에선 이런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공중 전화부스를 저비용 고효율의 금융서비스의 포스트로 전환시키자는 게 핵심인데, 결과적으로 이와 관련해 성공적인 모델은 나타나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공중 전화부스 자체가 없어졋다. 자기집 거실에서도 전화기 대신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는 시대다. 

‘편의점 + 금융’ 모델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매력적인 주제이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현상으로 미래를 너무 확신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고객들이 과연 편의점에서 어느 정도의 금융서비스를 원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는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진통해열제와 같은 안전상비약품처럼 누가 팔아도 무방한 것이라면 모르되, 부가가치가 있는 금융서비스를 제시하려면 역시 편의점 그 이상의 플랫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편의점 금융'과 같은 보여주기식 접근, 양적인 확대보다는 금융서비스 본질에 대한 성찰이 더 앞서야 한다. 불과 5~6년전, '스마트 브랜치'의 뼈아픈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