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립 유치원 '투명한 회계시스템'...."기존 CMS서비스라도 제대로 활용한다면 효과" 

사립유치원 비리 논란의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의원(더블어민주장)이 공개한 한 장의 '사립 유치원 감사결과' 보고서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이 자금을 유용해 성인용품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뜩이나 분노한 국민의 감정선을 폭발시켰다.

사립 유치원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까지 전국 수천개가 넘는 사립 유아 시설을 전수 조사했다면 그 규모는 어마 어마할 거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다만 '비리'라는 용어로 규정하는 것은 조심하고 신중해야한다. 거기에는 단순 실수 또는 항목 적용 오류 등도 포함돼 있을 수 있기때문이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닭 1마리로 50명분 아이들의 간식을 만들어 내는 그 신묘한 재주를 보노라면 합리적 추측과 확증의 간격은 무의미해지고 그냥 분노만 오롯히 남는다.

사안의 민감성을 봤을때, 이번에 분출된 사립 유치원 비리 논란이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저출산 문제와 결부해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확대 같은 생산적인 논의로도 방향이 잡히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인구가 줄어 남아도는 동네 초등학교 교실을 국공립 유치원 시설로 리모델링하자는 의견도 눈길을 끈다. 

◆투명한 회계시스템, 사립 유치원에 어떻게 설치할 것인가...1차 과제 = 그러나 당장 아이를 맡겨야하는 부모들의 입장에선,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관련하여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 논란의 1차적인 관심사는 기존 사립 유치원들에게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사실상 강제적으로라도 적용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기존 국공립 학교에 적용하고 있는 '에듀 파인' 시스템을 사립 유치원에게 적용함으로써 투명한 회계처리를 통한 신뢰를 얻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보조금(누리과정)을 받는 이상 정부가 공인한 회계시스템을 사립 유치원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사립 유치원측은 '사유재산이기때문에 국공립학교에서 사용하는 회계시스템을 적용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립 유치원의 실정에 맞는 회계 규정과 시스템을 만들면 거기에 응하겠다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은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에듀 파인'을 그대로 적용시킬 것인지 아니면 사립 유치원의 요구대로 그들이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든지 선택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어떤 결론이 나든 '투명한 회계시스템'이란 전제를 충족시켜야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미 투명한 회계시스템 기능을 하는 '똑똑한 CMS' 가 있다 = 그런데 이쯤에서 냉정하게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과연 그동안 사립 유치원에 적용할 '투명한 회계시스템'이 없어서 지금까지 이 문제가 불거졌는가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철저하게 관리못한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놀랍게도 사립 유치원이 반대하는 '에듀파인'을 굳이 적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10년전부터 국내에는 투명한 회계시스템 기능을 하는 사설 솔루션들이 시장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국내 사립 유치원(또는 어린이집)중 일부는 이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유치원의 입출금 자금을 관리하는 CMS(자금관리시스템) 솔루션이 그것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이 CMS솔루션 중에는 유치원 지출 항목(교육비, 간식비 등)을 별도의 통장으로 각각 관리되도록함으로써 투명한 자금관리가 되도록 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현재 이 CMS서비스를 채택하는 사립 유치원들도 있다. 이번 논란으로 사립 유치원 전체가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데, 사실 그중에는 선량한 사립 유치원도 있다.

국내 주요 CMS서비스 업체중 한 곳인 W사의 한 관계자는 “CMS서비스만 잘 활용하더라도 사립 유치원의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자금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CMS 기능은 생각보다 파워플하다. 이 때문에 이미 2000년대 초중반부터, 많은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특히 국가에서 지급된 정부지원금이 투명하게 사용됐는지를 파악하는데 CMS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CMS서비스를 통해 국책연구소의 연구비 유용 등 사고를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다. 

물론 CMS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립 유치원들중에는 '무늬만 CMS 서비스'에 불과한 저급한 회계시스템을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왜 그런지는 의도는 짐작할 수 있다. '너무 똑똑하고 투명한 CMS'가 일부에게는 오히려 불편(?)하고 걸리적거릴 수 있다. 이 때문에 CMS솔루션의 질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더 비싼 사용료를 내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사립 유치원은 매월 수만원의 이용료를 내고 은행과 연계된 CMS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CMS서비스 별로 차이가 있으나 연간 30~60만원 수준이다.

이와관련 CMS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꼭 '에듀 파인'이 아니더라도 투명한 회계시스템의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설 CMS솔루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면 나름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IT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탐욕의 가면만 벗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투명한 회계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IT는 죄가 없다.

<박기록 기자>rock@ddia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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