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 사태 놓고 미중 무역갈등 다시 격화될 가능성… 우리 나라 수출 '불확실성' 확대
- 미얀마 고강도 경제제재 장기화땐, 신남방 투자 전략 수정 불가피

미얀마(Myanmar)는 과거에 우리가 버마(Burmar)라고 불렀던 국가다. 1989년 국호가 바뀌었고, 2010년 이후부터는 국기까지도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흥미로운 것은 아직도 영국 등에서는 이 나라를 '버마'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버마'라는 국호에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다민족 국가인 이 나라의 약 67%가 넘는 구성을 차지하는 버마족때문에 버마로 국호를
정했을 뿐이다. 


미얀마로 새롭게 국호를 바꾼 것은 군사정권이다. 1988년 버마에서는 민주화운동으로 무려 3000여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버마는 국제사회에서 잔혹한 폭압적 군부 통치 국가로 낙인찍혔다.


국제사회의 눈초리가 따가웠던 군사정권은 민주화시위 진압의 명분을 찾고 분위기 일신을 위해 이듬해에 국호를 '미얀마'로 바꾸었다. (미얀마라는 뜻도 사실은 큰 의미는 없다. 버마족을 현지 발음으로 표기한 것이 미얀마이다.) 


영국이 미얀마를 부르지 않고 버마라고 부르는 것은 군사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영국과는 달리 '미얀마'라는 국호를 인정해왔던 미국이 지난 1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명의로 쿠데타 반대 성명을 내면서 '버마'라고 지칭해 주목을 받았다. 미국도 군사정권을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의 입장에서도 현재의 미얀마 군사정변 사태 추이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에게 가장 신경쓰이는 대목은 지난 3년간 진행돼왔던 '미-중 갈등'의 종식이 전혀 엉뚱하게도 이번 미얀마 군사 정변으로 다시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전임 트럼프의 모든 정책을 폐기하고 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중 강경 노선만은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대중 강경노선을 이어갈 명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번 미얀마 군사 쿠데타가 미국이 대중국 강경 노선을 유지할 새로운 명분을 줘버린 셈이 됐다는 것.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21일 만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취임이후 첫 정상간 통화를 하면서 날카로운 설전을 주고 받았다. 바이든은 첫 통화에서 신장 위구르 문제와 인권보호 등 중국의 아킬레스 건을 바로 언급했고, 이에 중국은 "내정간섭말라"며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일반적인 정상간 첫 통화라고 상상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의례적이라도 '덕담'으로 끝내는 것이 관행이지만 그런 관행도 생략해버릴 만큼
미국이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첫 통화에서 직접 언급하지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이번 미얀마 군사 쿠데타의 배후가 중국이라는 점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고, 이 때문에 예상을 깬 강경 발언이 처음부터 나왔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도 중국이 이번 미얀마 군사 쿠데타의 배후라는 주장은 이미 미얀마 현지에서도 거의 공론화된 분위기다.

외신 등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민주화의 회복을 요구하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중국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군사정권 지원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럴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즉 '신 실크로드' 계획을 통해 21세기 패권을 확장하려는 중국에 있어 미얀마는 천혜의 지정학적 요충지이 때문이다.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이 인도차이나 반도를 통해 유일하게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목을 제공할 있는 나라가 다름아닌 미얀마이다.


미얀마 사태로 인해 미국내 반 중국 정서가 강화되면, 이를 계기로 새로운 미-중 갈등의 지렛대가 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그것은 또 다른 미중간 무역전쟁 행태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전개는 궁극적으로 우리 나라의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중간재 수출 품목의 수출이 또 다시 불확실성에 빠지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중 무역갈등에서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우리 나라의 대외무역 의존도를 살펴보면 공감하기 힘든 주장이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한 2020년을 제외하고, 미-중 무역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19년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통계에 따르면 당시 1~3분기 전세계 총수출은 전년동기보다 2.94% 감소했으며, 특히 4대 제조국 중에서는 한국의 총수출이 9.83% 급감해 중국(-0.09%), 일본(-4.50%), 독일(-5.21%)과 비교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계기로 한 미중 관계의 악화 가능성과는 별개로, 우리 정부가 펼쳐왔던 신남방 정책에도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인도차이나반도 서쪽 해안선에 길제 위치한 미얀마는 남한보다 면적이 6배나 넓고, 인구가 5000만명이 넘는 나라다. 우리와의 경제협력시 시너지가 크게 폭발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 주요 은행들도 미얀마 현지 금융시장 진출을 활발하게 타진해왔다. 

미국은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해 고강도의 경제제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미국은 지난 2012년 당시에도 경제제재를 통해 효과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고강도 경제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자연히 우리 정부나 기업들의 미얀마 투자가 막히게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여기에는 금융제재까지도 수반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현재로선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가 조기에 종식되고 다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내각으로 환원되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최선의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중국이 실제로 미얀마 군부의 '뒷배' 역할을 했다면 헌정질서의 원상회복이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아 보인다. 우리로서도 플랜B의 가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설명> : KB국민은행이 올해 1월27일, 미얀마의 경제수도 양곤에서 ‘KB미얀마은행’ 현지법인 개점식을 가졌다. 개점식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지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개최됐으며, 실시간 스트리밍 중계 및 랜선 회의시스템을 활용하여 비대면 채널도 병행해 진행됐다.(사진 KB국민은행)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에는 미얀마를 포함한 신남방 지역에서 우리 기업들이 이렇다할 투자를 실행시키지 못했지만 꾸준하게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들이 미얀마 양곤을 중심으로 현지 법인, 영업사무소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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