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보기술을 이끌어왔던 성호그룹의 송재성 회장이 19일 새벽, 79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을 빕니다.지난 2006년 10월, 당시 IT서비스업계에서는 생소한 기업이 회자됩니다. 현대정보기술의 새주인으로 나타난 ‘성호그룹’이 그 주인공. 그리고 성호그룹을 이끌고 있는 70대 중반의 한 백발 노인에 주목합니다. 바로 ‘깐깐한’ 인상의 송재성 회장(사진)입니다. 성호그룹은 당시 현대정보기술의 대주주였던 미라콤아이앤씨 등으로부터 35.1%의 지분을 매입합니다. 그러나 이는 형식적인 과정일뿐 앞서 지난 2004년 현대정보기술의 주인이된 미라콤아이앤씨는 성호그룹의 ‘대리인’에 불과했고, 실제 주인이 2006년에 드디어 전면에 나타난 것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현대정보기술에 꽤나 많은 공을 들였다는 방증이죠. 2004년 당시, 현대아산,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등 현대그룹의 본격적인 해체 후유증으로 현대정보기술의 경쟁력은 이미 예전에 비해 크게 악화될 때입니다. 실제로 오토에버닷컴 등 현대가 내에서 세분화된 IT서비스 회사들이 생겨나고 제역할을 찾기 시작합니다. 현대정보기술은 결국 매각되고,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오게 됩니다. 대형사로 분류되던 현대정보기술이 ‘중견회사’로 다운 사이징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송회장은 1932년 4월 전북 익산 태생으로 한양대 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내무부 항만과(53년), 건설부 해안항만청(76년) 등을 20여 년간의 공직을 마치고 48세 라는 늦은 나이에 기업을 일으킨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렇다면 송회장은 하고 많은 IT회사들중에 왜 하필 현대정보기술을 주목했을까요? 공직자 출신인 그의 인생 이력을 보면, 과연 IT에 심취할만한 동기가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더욱이 그때는 IT버블 붕괴의 후유증을 겪을때이기도 한데 말이죠. 실제로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도 “왜 송회장이 IT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는 질문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했습니다. 물론 홍보담당자들은 전형적인 ‘교과서’적인 답변만 되풀이 했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송회장은 ‘현대’라는 타이틀에 큰 가치를 부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광할한 용인 마북리 데이터센터도 그에게는 다시 현대정보기술의 ‘든든한 자산’이 될 것으로 믿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송회장은 현대정보기술이 현대그룹과의 끈이 공식적으로 끊어졌지만 ‘현대가’와의 비즈니스 복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현대정보기술과 현대그룹’. 송회장은 타계했지만 이는 현대정보기술의 과거의 이슈가 아닌 미래의 이슈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프레임입니다. 따로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현대정보기술은 향후 현대그룹과 어떻게 다시 결합해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현재 삼성SDS, LG CNS, SK C&C 등 빅3로 짜여져 있는 국내 IT서비스 시장의 구도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유일한 회사입니다. 물론 여기서 ‘현대그룹’이란 ‘범 현대가’를 의미합니다. 인사운영에 있어, 송회장은 현재 현대정보기술 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희 사장을 비롯해 능력이 검증된 ‘현대’ 출신 전문 경영인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고, 많은 신뢰를 보냈습니다. 현대그룹과의 관계성을 고려한 그의 용인술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현대정보기술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비교적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들도 이점을 인정합니다. 또한 송회장은 지난해 현대정공 등 구 현대그룹 계열사들에게 현대정보기술을 매각하는 방안까지도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차이가 맞지 않아서 매각협상이 깊게 진전되지는 못했습니다.지금도 회사 주변에서는 M&A 가능성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제3자로의 매각 가능성 과 현대HDS 등 범 현대가의 IT회사들과의 합병 가능성 등이 그것입니다. 물론 당분간은 송회장의 타계로 인해, 현대정보기술은 전문경영인 위주의 경영전략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M&A 등 기존 내부 이슈가 보다 활발하게 표출될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어찌됐든 송회장의 타계로 ‘그의 의중’이란 변수가 사라졌기때문입니다. 현대정보기술은 올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정보기술은 홀수해보다는 짝수해에 비교적 비즈니스가 잘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올해는 신규 IT아웃소싱 사업을 수주하는 등 괜찮은 페이스”라고 전했습니다. 현대정보기술은 국내 최고수준의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아웃소싱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 IT서비스 회사입니다. 물론 송회장이 바랬던 ‘세계적 IT회사’의 수준 만큼 현대정보기술은 아직 국내 IT서비스 시장에서 위상을 되찾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조금 더 시간이 걸려야 할 것입니다. 송회장이 꾸었던 글로벌 IT회사로의 꿈. 아무쪼록 그 꿈을 향해 현대정보기술의 임직원들이 앞으로도 노력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을 빕니다. <박기록 기자>rock@daily.co.kr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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