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밖에 없었던 단순한 기능, 역할의 한계 때문에 오랜 기간 TV는 ‘바보상자’ 취급을 받아온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TV 방송이 첫 전파를 띄운 것은 1956년 5월 12일입니다. 한국 최초의 TV방송인 HLKZ-TV는 서울을 가시청권으로 했습니다. 세계에서는 15번째, 아시아에서는 4번째였다고 합니다.

당시 TV는 엄청난 사치품이었습니다. 당시 TV 수상기는 가장 큰 24인치가 47만환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쌀 한가마니가 2만환에 채 미치지 못했다고 하니,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이후 64년에 동양방송, 69년 MBC, 73년 KBS가 차례대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TV가 있는 집에 옹기종기 모여 레슬링, 드라마 등을 시청하던 때입니다.

TV 시청 행태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사건이 있어났으니 바로 1980년 시작된 컬러방송이었습니다. 디지털전환, 3D, 초고화질(UHD)TV 등 새로운 서비스, 화질의 진화가 있었지만 아마 지금까지 TV 방송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고 하면 흑백에서 컬러로의 진화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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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방송에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고 더 이상 TV가 있는 사람들의 사치품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TV는 본격적인 ‘바보상자’ 취급을 받게 됩니다. ‘바보상자’의 의미는 방송과 시청자간에 이뤄지는 일방통행 때문이었습니다. 방송사가 보여주는 콘텐츠를 해당 시간이 아니면 볼 수도 없었고 시청자의 견해와 반응이 들어갈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뉴스, 드라마, 오락프로 등 방송의 권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국민들을 세뇌시킬수도 웃고 울리게도 만들 수 있는 존재였지만 그 같은 힘 때문에 오히려 텔레비전은 ‘바보상자’라는 취급을 받게 됩니다. 사실 TV는 방송사가 틀어준 프로그램을 보여준 거 말고는 아무런 죄가 없는데 말이죠.

흑백에서 컬러로의 전환 이후 TV 방송 역사에서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가 이뤄집니다. 바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입니다. 디지털전환은 2012년 12월 31일 새벽4시에 이뤄집니다. 1997년 디지털TV 방송 전송방식이 결정된 이후 약 15년간 추진되어온 과제가 완료, 본격적인 디지털방송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디지털전환은 흑백에서 컬러처럼 단순한 화질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십년간 이어졌던 방송사의 일방적인 행보에 따라가지 않아도 됨을 의미합니다.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볼 수 있고, 방송 콘텐츠 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TV를 통해 얻고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방적으로 콘텐츠만 보여주던 ‘바보상자’가 ‘스마트’해질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보상자’는 디지털전환으로 좀 똑똑해졌을까요?

2회 반쪽 ‘디지털 전환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에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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