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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에어컨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다툼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해 장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예약판매 시기임을 고려해도 예년에 비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핵심은 양사가 국내 에어컨 시장 1위를 주장하는데 한쪽은 시장조사업체 GfK 자료를 인용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GfK 자료를 활용한 업체는 삼성전자다. 지난 2월 방송광고 속 ‘국내 판매 1위(2012년 GfK 오프라인 금액기준 국내가정용 에어컨 시장 점유율 1위)’ 표현을 광고에 사용한 것. LG전자는 즉각 반박했다. 객관적이지 못한 자료를 근거로 하고 실제 결과와 상이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GfK 시장점유율 자료를 해석함에 있어서 ‘Retail Stores’를 ‘소매점’이 아닌 ‘가정용’으로 오역한 해프닝일 뿐”이라며 “삼성전자 에어컨의 국내 시장점유율 1위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방심위도 심의결과에서 소매점 대상 조사 결과를 가정용이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으나 그 위반이 경미하고 이미 수정된 상태로 광고 중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향후 광고 시 유의하라는 의미의 ‘의견제시’를 표명했다.

따지고 보면 LG전자가 GfK 자료를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이미 LG전자는 2011년 3월 삼성전자가 금액기준으로 국내 드럼세탁기 1위라고 주장하자 GfK 자료를 통해 “수량기준으로 LG전자가 1위”라고 반박한바 있다.

하지만 현재 LG전자는 국내 GfK 자료를 받지 않는다. 이유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다. 자체적으로 충분한 시장 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앞서 에어컨 1위를 두고 객관적이지 못한 자료를 사용했다며 삼성전자를 비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GfK 자료가 LG전자 자체 유통망인 ‘베스트샵’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반영하지 못해서다.

이에 대해 GfK는 “유통점에서 직접 판매 데이터를 수집하므로 특정 제조사의 참여 여부는 데이터 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유통점에서 소비자가 구매를 한 실제 매출 데이터를 확보해 매출 및 점유율을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LG전자 베스트샵 판매량을 반영하던 그렇지 않던 결과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여전히 기준은 오프라인이고 온라인 시장은 반영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GfK 자료의 대외적인 신뢰도는 어떨까. GfK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다. 관련 업계 순위 4위에 오를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비롯해 니콘, 캐논, 소니, 올림푸스 등 카메라 업체와 소형 생활가전 업계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해외의 경우 ‘인터내셔널 CES’를 주최하는 전미가전협회(CEA)와 뉴욕타임즈, AP통신 등 주요 언론사가 GfK 자료를 인용한다.

LG전자도 해외에서 GfK 자료를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중남미 시장 LG 3D TV 1위’, ‘인도네시아 가전 시장 석권’, ‘전 세계 세탁기 1위 업체 등극’, ‘브라질 3D 시장 절대강자 자리 굳힌다’ 등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GfK 자료를 여러 번 인용한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두고 국내 1위를 두고 다툴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보라고 조언한다. 말은 좋은데 국내 시장은 양사에게 홈그라운드이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존심이 걸린 전쟁터다. 전쟁에서 사기가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지는 않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에는 분명하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 해외에서는 시장조사업체 자료가 공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그렇지 못한 부분은 제품을 구입할 때 객관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제까지 양사가 다툼을 벌여왔던 시장점유율은 시장조사업체, 금액, 판매량 등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진정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 차라리 공개품평회나 제3의 검증기관에 의뢰해 제품을 홍보하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른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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