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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라는 이름의 덫

통신방송 17.08.07 11:08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친환경(親環境), 말 그대로 환경 친화적인 요소를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로 엄밀하게 따지면 자연환경을 오염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일이라지만 자연환경을 오염하지 않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조금이라도 (환경보호에) 보탬이 된다면 친환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데 서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친환경이 가지는 의미는 무척이나 광범위하다. 가령 종이에 인쇄된 신문을 읽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뉴스를 보는 행위 자체도 친환경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종이는 나무가 원료이고 잉크는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이며, 인쇄를 하는데 필요한 전기와 신문을 배송하기 위한 에너지(운송용 에너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것과 종이를 인쇄한 신문을 동일선상에서 친환경을 따지는 게 무리일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자가 수리와 일반 공구 사용 여부, 교체품 부품 이용 가능만을 두고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을 야기해왔다고 주장하는 그린피스의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이 주장한 것처럼 제품수명을 늘리는 환경을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몇 가지 기준만 가지고 친환경성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끼고 고쳐서 타지만 연비가 안 좋고 탄소배출량과 유지비가 많이 드는 20세기 자동차냐, 아니면 기름 덜먹고 각종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21세기 자동차가 더 낫냐는 논쟁에 비유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폭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억지로 구형 PC를 쓰는 것보다는 성능 좋은 최신 PC가 더 나을지 모른다. 2시간이 걸릴 작업을 1시간에, 그것도 전기를 전반이하로 사용하면서 작업을 끝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친환경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린피스가 아이픽스잇(ifixit)을 통해 평가했던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친환경 점수가 낮았던 삼성전자 갤럭시S8·S8+는 미국 전자제품 친환경 인증제도 EPEAT(Electronic Product Environmental Assessment Tool)에서 최고 등급인 골드(Gold) 등급을 받았다. 스마트폰 가운데서는 최초다.

 

더구나 EPEAT 인증은 미국 녹색전자제품협회(Green Electronics Council)와 관련 업계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UL(Underwriters Laboratories)이 공동으로 인증하고 있다. 미국 정부조달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 자격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굳이 삼성전자가 친환경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확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노력이 어땠는지는 관계없이 소비자가 이런 요소까지 따져서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상품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우선적 가치는 가격과 품질이지 유통 과정의 투명성이나 친환경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친환경의 넓은 의미를 언급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개인이나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탄소배출량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인증도 마련해두고 있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구입할수록 친환경을 몸소 실천하는 셈이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반도체 산업은 더 작은 칩에 트랜지스터를 집적시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해서 키워왔다. 만약 지금 가정용 PC의 성능을 1980년대, 아니 1990년대 PC로 구현하려면 건물 한 층을 가득 채워야할지 모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전체의 정보처리량은 한 번쯤 받아볼만한 생일축하 노래가 나오는 전자카드만도 못했다. 그러니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가 만든 무어의 법칙이 가장 친환경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