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느냐에 모든 업계 관계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움직였던 만큼 2~3년 정도면 호황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각보다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와 말, 그리고 올해 초까지 시장조사업체가 앞다퉈 예상치를 높이며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연장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연장될 수 있는지는 늘 ‘중국 반도체 굴기’가 함수로 작용했다. 언론도 이런 추세에 동조했다. 처음에는 2018년, 다음에는 2019년과 2020년이면 중국이 본격적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를 시장에 쏟아낼 것이고 공급과잉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썼다.

 

최근에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반도체 굴기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창장(長江)메모리(YMTC)의 자회사인 우한신신(武漢新芯·XMC)을 방문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빵빵한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반도체를 내재화할 수 있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원동력은 ‘돈’이다. 디스플레이 굴기가 그러했듯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단기간 내에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중국은 의외로(?) 반도체에 잔뼈가 굵다. 자체 개발 중앙처리장치(CPU)의 개발 역사도 오래됐고 다른 공산주의 국가인 러시아나 북한처럼 하드웨어보다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꽤 높다.

 

그런데도 반도체 굴기에 애를 먹는 이유는 양질의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서다. CPU나 운영체제(OS)와 같은 제품은 자국에서 특정한 용도로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한 분야다. 하지만 메모리는 다르다. 충분한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 일정한 수준까지 올라와야 내다 팔 수 있다. 아무리 거대한 내수 시장이 존재한다지만 수출 없이는 존속하기가 쉽지 않다.

 

전방산업의 수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 관점에서 반도체 굴기가 쉽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핵심은 중국산 메모리를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업체가 얼마나 구매할 수 있느냐다. 2019년은 물론이고 2020년에도 어렵다. 이제껏 중국이 성공적으로 굴기한 산업(조선,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은 모두 수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예컨대 같은 스마트폰인데 중국과 대한민국 D램의 성능 차이로 인한 경쟁력 저하를 해당 업체가 묵과할 수 있느냐다. 솔직히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언제 중국 반도체 업체가 쓸만한 수준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만 남는다. 중국은 2019년 말, 2020년 정도를 보는 듯하다. 그때까지 우리 업체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터이니 기술격차는 적어도 2년 이상이 유지된다. 그렇다면 마지노선은 2022년, 혹은 2023년 정도가 된다.

 

앞으로 5~6년. 이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입에 발린 이야기는 필요치 않다. 다른 반도체 분야와 장비, 소재 생태계 구축 외에는 답이 없다. 그리고 대기업 중심의 견고한 방패막 구축이 필요하다. 이미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시설투자(CAPEX)로 대기업 외에는 유지가 어려운 산업이 됐다. 이를 위해서는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규제 완화와 함께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마련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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