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필요에 의해 만들어 낸 5G 가입자 100만 시대가 아니다. 기업이 만든 마케팅 결과다.”

 

최근 만난 한 통신사 관계자 입에서 나온 자성의 목소리다. 물론, 이 관계자 발언은 통신사 입장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내부 목소리 중 하나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이 말에는 뼈가 있다.

 

4월3일 5G 1호 가입자 탄생 후 약 두 달만에 지난 10일 기준 5G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그렇지만, 아직 5G를 제대로 체감하고 소비하는 이용자는 드물다. 소비자가 5G 신기술에 대한 니즈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소비로 이어진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5G’와 LG전자 ‘V50씽큐’는 과열 보조금 중심에 섰다. 통신3사 5G 주도권 경쟁 속에서 불법 보조금 살포전이 일어났다. 공짜폰을 넘어 돈을 받고 사는 마이너스폰까지 나왔다. 최근에도 10만~20만원대면 충분히 5G폰을 살 수 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휴대폰 교체시기를 앞둔 이용자 입장에서는 LTE폰보다 저렴한 5G폰으로 교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기에 더해 통신3사는 내부직원까지 동원하며 앞 다퉈 5G 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5G폰으로 직원 휴대폰을 전사적으로 교체하고, 일부 통신사는 인센티브를 내걸고 지인 대상 5G폰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 누가 가장 많은 5G 가입자를 차지하느냐는 통신사 향후 수익과 연관된 중요한 요소다.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비자 만족도는 별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5G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5G는 신기술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초고화질(UHD)을 가능케 하는 기반 기술이다. 새로운 5G 세상을 보여주겠다며 통신3사는 소비자 기대를 높였다. SK텔레콤은 초시대, KT는 초능력, LG유플러스는 일상을 바꾸는 5G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광고와 마케팅을 쏟아냈다.

 

알다시피, 5G는 초기시장인지라 콘텐츠는 부재하고 킬러콘텐츠조차 찾지 못했다.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은 5G가 터지는 곳보다 터지지 않는 곳이 훨씬 많다. LTE도 상용화는 2011년 이뤄졌지만 전국망은 2013년에야 구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용화 두 달 째인 5G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8일 기준 5G 기지국 구축수는 총 5만7266국이다.

 

실내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LTE의 경우 소형 빌딩과 지하 주차장 등 전파가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중계기나 스몰셀과 같은 인빌딩 시스템을 통해 통신이 가능하다. 인빌딩 시스템은 건물 내 음영지역에 있는 이용자도 수용할 수 있게 하는 통신장치다. 5G는 아직 인빌딩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이를 통신사와 정부가 모르지 않다. 정부는 연말까지 5G 기지국 23만대를 설치해 85개시 전체 인구 93%에 해당하는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전국 24개 KTX·SRT 역사, 12개 공항, 대형 쇼핑몰과 전시장, 주요 체육시설 120여개 건물 내 5G 서비스를 지원하도록 시설 공동구축 작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내 주요 인구 밀집지역에 우선 구축 후 2020년 상반기부터 병원, 중소형 마트, 영화관 등 실내 커버리지를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5G 글로벌 표준 규격 3.5GHz 대역 중계기 2종을 개발했고, KT도 5G 중계기 개발 후 상용망 및 단말 연동에 성공했다. LG유플러스는 5G 인빌딩용 장비를 설치, 장비와 안테나를 케이블로 연결해 5G 품질을 확보하는 솔루션 검증을 완료했다.

 

통신사의 5G 기술개발 및 기지국 확대 노력을 평가절하해서는 안되겠지만, 5G 100만 가입자가 100만 베타테스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청사진만 보여주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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