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20’이 초반 흥행부진을 겪고 있다. 갤럭시S20 시리즈 개통 첫 날 지난달 27일 개통량은 7만800여대로, 전작 갤럭시S10 14만대와 비교하면 절반가량, 갤럭시노트10 22만대에 비해서는 40%에 불과한 상황이다.

 

예약판매 상당수를 차지하는 갤럭시S20 울트라 초기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과열경쟁에서 멀어진 시장분위기에서 주효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역대급 카메라 성능과 스펙을 자랑하는 갤럭시S20 출시 초반 성적이 부진한 이유는 ▲통신3사 실적악화에 따른 시장안정화 기조 ▲방통위 제재 임박으로 불법보조금 지양 ▲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타이밍이 안 좋다는 판단이다.

 

전작 때와 다르게 실적 반등을 꾀해야 하는 통신3사는 보조금 과열 경쟁을 지양하면서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초기 5G 시장에서 점유율 순위를 놓고 가입자 쟁탈전으로 이어진 과열경쟁은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부 유통점에서 공짜폰이 난무했고, 차비까지 얹어주는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했다.

 

5G 단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판매도 늘어났지만, 결국 통신3사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SK텔레콤 7.6%, 8.8%, 7.4% 줄었다. 지난해 통신3사가 쏟은 마케팅비용은 SK텔레콤 3조700억원, KT 2조7832억원, LG유플러스 2조2460억원이다.

 

이에 통신3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제 살 깎기를 반성하며 올해 시장안정화와 마케팅경쟁 지양에 방점을 찍었다. 그래야만 실적이 반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당시 윤풍영 SK텔레콤 CFO는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5G 시장 경쟁이 안정화됐고, 올해에도 안정화된다면 MNO 이익 하향 추세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윤경근 KT CFO는 “수익성을 지키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5G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부연했다.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혁주 LG유플러스 CFO는 “마케팅비용은 내년도에도 비슷한 수준이나, 통신사 이익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감축 운영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군다나, 방통위는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불법보조금을 살포한 통신3사를 대상으로 ‘이동통신 단말장이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을 위반한 혐의로 사실조사를 마친 상태다. 5G 출시 이후 첫 제재인 만큼,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으로 통신3사는 갤럭시S20 출시 전 이례적인 행동을 보였다. 지난 10일 사전예약 절차개선 합의를 통해 갤럭시S20 사전예약 기간을 열흘 안팎에서 일주일로 단축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불법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오는 3일까지 사전예약기간 연장을 강행함에 따라 현재 이 약속은 물거품이 된 상태다.

 

통신3사는 지난 달 27일 갤럭시S20 시리즈 개통이 시작됐음에도, 공시지원금 규모를 상향하지 않았다. 갤럭시S10 때 선택약정할인을 넘어서는 공시지원금을 지급했던 것과 대비된다. 현재 갤럭시S10에 지급되는 최대 공시지원금은 24만3000원이다.

 

몸 사리기에 나선 통신3사 정책에 더해, 코로나19까지 확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통신3사는 오프라인 갤럭시S20 출시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대리점 및 판매점을 방문하기 위해 외출하는 소비자들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보통 불법보조금 살포는 일부 매장에서 국지적으로 이뤄진다. 이에 고객은 소위 불법보조금 지급 매장 위치를 뜻하는 ‘좌표’를 찾아 직접 방문한 후, 단말을 구입하게 된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객 입장에서도 매장 방문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이는 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다. 코로나19 심각 상황에서 불법보조금으로 소비자 방문을 유인했다는 오명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갤럭시S20 판매가 전작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불법보조금 리베이트 규모도 크지 않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심리도 줄어든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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