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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금지법’부터 ‘택시카풀’까지…모빌리티 잔혹사

통신방송 19.02.06 16:02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지난 달 22일 택시-카풀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대타협기구’가 공식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부, 택시단체, 카풀업체가 참여한다. 1차 회의는 양 측 참여가 감정이 격해져 고성만 오가다 소득 없이 끝났다.

2차 회의는 사실상 정보기술(IT)를 활용한 ‘택시합승’ 허용으로 마무리 됐다. 기구가 택시업계에 지나치게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 연휴가 지나고 오는 11일 3차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택시 합승 방안과 세부사항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가용 카풀은 논의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택시 합승 논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고 해도 자가용 카풀 논의로 이어질지 분명치 않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카풀 테스크포스(TF) 위원장 역시 이에 대한 향후 계획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카풀 도입 찬성 측의 중요 논지 중 하나는 택시의 승차거부 문제다. 특정 시간대 택시의 수요공급 불균형이 원인이다. 택시 합승 구현이 부작용 없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택시 측은 합승을 포함한 내부 역량 강화 시도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시점까지 카풀 전면 도입을 최소 ‘유보’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포함한 택시4단체의 입장은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우버 사태 이후 5년… ‘바뀐 것이 없다’ = 택시업계의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저지는 5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버가 처음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린 것은 2013년 6월이다. 베타테스트를 거친 후 7월 말 런칭 쇼케이스를 열었다. 서비스는 고급 리무진 렌터카를 활용한 ‘우버블랙’으로 시작했다. 이어 자가용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X' 도입을 발표하며 택시와 갈등이 정점에 치달았다. 

이때 갈등 양상 및 전개는 현재 카풀-택시 문제와 매우 흡사하다. 우버 기사가 택시면허 없이 자가용이나 렌터카로 유상 운송행위를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우버 측은 “우버는 합법적인 렌터카 업체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기술 플랫폼만 제공할 뿐”이라며 불법 논란에 대해 “법이 혼란스럽게 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객운수법에는 자가용 유상운송 ‘알선 금지’ 조항이 없었다. 

지금과 차이는 택시 못지않게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적극 대응했다는 점이다. 당시 서울시는 ▲보험과 우버기사 신분의 불확실성 ▲요금 정책 결정의 자율성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을 문제 삼았다. 현행법으로 우버X 규제가 불가능하자 신고 포상금 조례인 일명 ‘우파라치(우버+파파라치)’까지 운영하며 운영을 막았다. 

이에 우버는 우버X 이용료 전면 무료화 정책을 펴며 대응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지만, 국내 이용자들의 우버 경험이 늘어나면 유리한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후 2015년 5월 ‘우버 금지’를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던 우버는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한국이 독하다’고 보고서를 썼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당시 택시업계는 ‘스마트폰 앱으로 콜택시를 부르는 것이 무슨 대단한 혁신이냐’ ‘우버가 합법이면 나라시도 합법이고 콜뛰기도 합법’ ‘서울시나 택시회사들이 콜택시 앱을 개발하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5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카풀 서비스 저지 논리 및 반응과 똑같다. 

시민들의 택시에 대한 불만도 똑같다. 승차거부, 불친절 문제는 그대로다. 오히려 카카오택시 앱의 활성화가 오히려 승차거부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많다. 우버 사태 이후 5년여가 흘렀지만 택시 자정작용은 없었다. 우버 ‘쇄국정책’이 서비스 퇴보만 불러온 셈이다. 

◆서비스 잘 만들면 불법, 카풀의 역설 = 우버금지법 도입은 공교롭게 ‘자가용 카풀’ 사업을 촉발시켰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에 자가용 유상운송 ‘알선’ 금지 조항을 추가하다보니, 되려 출퇴근 카풀을 허용하는 예외조항은 알선을 허용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럭시, 풀러스, 티티카카 등 1세대 카풀 사업자가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부터다. 

1세대 카풀 이전에는 조금 더 단순한 형태의 서비스 ‘티클’이 있었다. 우버가 처음 한국에 진출했던 시점인 2013년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처럼 스마트폰을 활용한 ‘실시간 매칭’ 방식이 아니라 단순히 온라인 게시판에 운전자나 승객이 글을 올려 카풀 상대를 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티클 역시 불법유상운송, 출퇴근 시 외 카풀, 이용자 신원 문제 등 현행 카풀 서비스가 갖고 있는 문제를 모두 갖고 있었지만 규제 대상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시는 티클을 공유기업으로 지정하고 예산을 지원했다. 서울시는 ‘불법 카풀은 일부에 불과, 이용자들이 서로 믿고 이용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을 보여 이중잣대 논란도 불거졌다. 택시업계 역시 티클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정식으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티클과 우버X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찾기 어렵다. 우버X의 이용료가 평균적으로 조금 더 비싸고, 이용이 더 편리하다는 정도다. 더욱이 티클은 이용자가 요금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요금 차이는 의미가 없다. 

불법 여부보다는 기존 산업을 위협할 정도로 서비스가 견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놔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로 견제가 없었음에도 티클은 서비스 활성화에 실패했다. 풀러스나 럭시와 비교해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추진이 택시업계 큰 반발을 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금력과 운영 노하우를 통해 카풀 사업을 안착시킬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현재 택시-카풀 갈등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수는 카카오가 완전히 백기를 드는 경우다. 카카오는 사회적대타협기구에 참여하면서 ‘카풀 서비스를 전면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카풀을 포기하고 택시 합승을 카카오T 플랫폼에서 구현하는 패를 택할 수도 있다. 

'차악책'은 요금, 운영시간, 운영횟수를 모두 택시 측이 바라는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다. 택시는 티클처럼 이용자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수준까지 규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는 몰라도 소규모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이런 환경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사회적기구가 지금처럼 주도권을 잃고 택시 측에 끌려가다 보면 5년 전 우버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