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설명회 현장을 취재하거나, 전화로 기업의 IR(investor relations)담당자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그들의 기자를 대하는 면면이 홍보팀에 비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홍보팀은 기자를 대하는 방식이나 태도가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IR 담당자들은 애초에 기자를 상대하는 부서 소속이 아니다보니, 기자를 상대하는 데 있어 매우 다양한 개인차를 보인다.   

우선, ‘싸움닭형’. 일반적으로 IT업계에선 홍보팀을 상대하다보면 싸울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기술 분야다 보니 얼굴 붉히는 일이 드물다. 

그러나 IR담당자는 다르다. 이들은 애초에 기자를 상대하는 직종이 아니다보니 전화 응대부터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추측컨대 이는 일종의 직업병(?) 같은 현상으로 보인다. IR담당자들은 어쩔 수 없이 투자자들의 거친 항의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다. 논리적으로 조곤 조곤 따지는 투자자는 양반이다. 욕설이 대부분인 항의 전화에 익숙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도 모르게 말투에 '거침'이 밴듯하다.

주가가 떨어지거나 안 좋은 뉴스가 떴을 때 너무 많은 전화가 몰려와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성격이 유순했던 사람도 싸움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대방이 매너 있게 전화하면 IR담당자도 경계심을 풀고 차분하고 친절하게 응대한다. 

그 다음 '모르쇠형'. 홍보팀인지 IR팀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경우다. 회사 여건상, 한 사람이 홍보와 IR업무를 동시에 맡는다. 홍보와 IR 각각 50%씩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실제로는 거의 90% 홍보팀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홍보팀은 주가 관리보다는 회사에 악영향을 끼칠만한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막아내는 역할에 더 익숙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예민한 것을 물어보면 주로 ‘모르겠다’는 답변만 듣게 된다. 이처럼 홍보와 IR을 동시에 맡은 담당자는 ‘나도 모르겠다’형인 경우가 많다. 

다음은 '은둔형'. 직접 기자를 상대하지 않고 홍보팀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기자를 상대하는 경우다. 이 유형의 IR담당자들은 중간에 꼭 언론을 상대하는 부서를 끼고 말을 전달하는 식으로만 기자를 상대한다. 회사 내부적으로 그렇게 프로세스가 셋팅됐는지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유형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한 부류다. 기자로서는 결국 홍보팀을 상대하는 셈인데, 홍보팀도 이런 유형은 피곤해 한다.   

반면,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른바 '빅마우스'형. 말 하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너무나 상세히 말을 하는 스타일이다. 이 경우는 취재해서 얻어낸 정보를 다 쓰기가 민망할 정도다. 너무 상세하게 얘기해서 기자 스스로가 부담을 느끼는 수준인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기자로선 가장 좋은 유형이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이렇게 '빅마우스'형으로 부터 들은 정보는 막상 기사로 써보면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사 작성시 관련한 팩트를 체크 해보면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사실로 인정되더라도 반론이 많은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IR업무를 담당하지만 아예 전화를 안 받는 '잠수'형. 이런 경우는 실질적으로 회사의 IR담당자가 아예 없는 경우라고 보면 맞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본사 번호를 통해서 전화 연결을 시도해도 거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전화를 그냥 안 받는다. IR로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이 투자자들의 항의성 전화다보니 아예 '받지 않는 전화'가 속편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대타형'이 있다. 전화를 받기는 해도 항상 다른 직원이 대신 받는 경우다. 이 경우 IR담당자는 항상 회의 중이다. 하루에 3~4번 전화를 걸어도 결과는 항상 '회의 중'이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에도 '회의 중'일 가능성이 100%다. 이 역시 IR 담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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