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가상화폐에 대한 시장 전망이 점점 극단으로 벌어지고 있다. 누구는 가상화폐의 가치가 이제 '제로(0)'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또 누구는 5만 달러로 다시 치솟을 것이라 전망한다.


이처럼 시장 전망이 극단으로 치닫는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 간극의 크게 만큼 시장의 혼선도 커진다. 

이런 가운데 7일, 국내에선 가상화폐 투자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합리적 예측이 어느정도 가능한 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싶은 현상을 '필터 버블'이라고 한다. 필터버블 현상이 강화될수록 논리적 접근은 더욱 힘들어진다. 

지금 국내에선 가상화폐(암호화폐, 가상통화)를 두고 정부와 IT 및 블록체인 업계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같은 현상을 두고도 정반대의 해석이 내려지는 것 역시 넓은 의미의 '필터버블'이다.

지난 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상화폐 제도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가상화폐를 둘러싼 이견(異見)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토론의 분위기는 뜨거웠지만 역시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상통화에 대한 명칭에서 부터 블록체인 육성, ICO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제기됐던 쟁점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업계는 정부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규제 일변도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하는 반면, 정부는 세계적인 흐름과 발을 맞춰가며 규제할만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 가상통화? 암호화폐?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하나 = 우선 정부가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해석부터 엇갈린다.

업계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것이 일방향적인 규제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이것이 오해라고 반박했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정부가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에 대해 “지금 일본에서는 결제법상 명칭이 가상통화다. 미국 성문법상 나와 있는 것이나, 미국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에서 사용하는 용어 등도 (그렇다)” 라고 설명했다. 

이어 “IMF 등 국제 기관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virtual currency(버추얼 커런시’)다. 그게 가상화폐냐 통화냐를 따져볼 때 일본에서는 가상통화이고, 한국은행법상 47조에 보면, 화폐 발행권은 한국은행만이 보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조금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가상통화를 쓰는 것이 구체적으로 쓰이는 용례와의 정확성 부분에서 더 맞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IT업계에서는 ‘암호화폐’라는 용어가 주로 쓰이고 있다. 가상화폐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코인을 이르기에는 너무 폭이 넓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최훈 국장은 “암호화폐는 주로 최협의의 개념이며, 뛰어난 알고리즘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암호화폐라고 (범위를) 줄여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일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Crypto asset‘(암호자산)이라는 용어도 사용된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currency(커런시)라는 개념을 써서 전체적으로 화폐에 대한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Crypto asset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자산의 형태로 보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고광희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은 “화폐는 교환의 매개, 가치척도, 가치 저장의 세 가지 특성을 지닌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가상통화 현상을 보면 이 3가지 기능을 충족하는 데 있어 미흡하다. 실제 IMF에서도 가상통화가 화폐 기능을 충족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규제 너무 편향적”… 정부 “오해다” = 업계는 정부가 너무 일방향적으로 규제한다고 주장한다. ‘가상화폐가 나쁘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편향적으로 접근한다는 지적이다. 

코인원의 신원희 이사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첫 걸음을 뗀 단계다. 일시적인 부작용만으로 좋다 아니다를 판단하기 이르다”며 “기술이 가치가 있다 없다 판단하려면 어느 정도 평가를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막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기술 자체가 아닌, 가상화폐가 거래되는 현상을 규제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은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가상통화가 거래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상화폐 거래 현상’을 규제하는 이유에 대해 “가격 변동성이 단기간에 크게 나타나고 있고, 거래 실명제 실시 이전 거래 투명성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자금 세탁이나 불법 자금 유통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취약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해 사회적인 부작용이 나타난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규제를 하고 있을 뿐 본질적인 부분까지 건드리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 '규제 대상'이 무엇인가 = 현재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 대상이 명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업계와 정부의 의견이 갈린다. 

업계는 정부가 가상화폐 자체를 규제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가상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도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호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은 “19세기 영국이 증기자동차 규제를 실시해 경쟁력을 잃고 결국 독일, 미국에 산업 자체가 넘어갔으며, 제조업 자체도 붕괴되는 현상이 일어났다”며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규제가 이 같은 사례와 유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정부는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가상화폐의 부정적인 부분만을 규제하 있다고 설명한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은 "정부는 가상통화 자체를 규제하거나 블록체인 기술을 규제하려는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가상통화나 블록체인 기술이 물류나 유통, 부동산, 금융 여러 가지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시범 사업 등의 재정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ICO(가상화폐공개) 금지, 어떻게 봐야할까 = 정부가 ICO를 금지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 차가 갈린다. 업계는 정부가 ICO를 금지함으로써 미래 산업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인호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은 “ICO를 금지함으로써 우리의 자산이나 콘텐츠가 일본, 스위스로 줄줄 새고 있다”며 “모든 산업이 코인화되고, ICO를 하고 있다. ICO를 막는다면 모든 미래 산업의 뿌리를 자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3월 이후 ICO와 관련한 국제적 논의를 지켜본 뒤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ICO에 대해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될 쟁점도 많고, 이것이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봤을 때 취약점이 많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며 “다양한 법률적 이슈를 포함해 고민하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은 아직 각국에서 스탠스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3월 달부터 규제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논의와 맞춰가는 것이 산업적 측면에서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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