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박용하가 주연으로 출연한 2009년 개봉작 ‘작전’은 국내 주식시장을 소재로 다룬 영화다. 


영화에서는 작전세력, 슈퍼개미 등 주식시장 단골 소재가 대거 등장하며, 주가 조작을 주내용으로 한 스토리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영화를 본 사람 사이에선 주식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개봉 당시부터 현재까지 주식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영화 내용이 현실과 얼마나 부합한지가 늘 관심사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에 나온 작전세력 관련 내용은 실제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 물론, ‘조폭 출신 투자사 대표’가 등장하거나, 개인투자자가 단시간 안에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등 극적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이 없지는 않다. 다만, 영화의 핵심 소재인 ‘작전 세력’ 관련 내용이 허구가 아닌 현실에 가깝기 때문에, 주식을 하는 사람들도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작전세력이 증권방송에 출연하는 전문가를 매수해 주가조작에 활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발표한 ‘불공정거래 조사업무 혁신방안’에 따르면, 실제 지난 2011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증권방송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 등 부정거래 사례가 적발됐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인터넷증권방송)가 회원들에 대한 K사 등 8개 종목의 매수를 추천하고 지속적인 풍문 유포 및 시세조종 주문 제출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자, 세력이 보유 주식을 처분해 부당이득을 취득한 사건이다. 


이 외에도 영화에서는 ‘검은 머리 외국인’을 이용한 시세 조작 장면이 등장한다. 배우 김무열이 분한 증권브로커 조민형은 극 중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너 대한민국 백성들이 뭐에 제일 정신 못 차리는 줄 알아? 외제야, 외제. 주식정보에도 외제가 있다 이 말이야. 브라이언이 굴리는 펀드는 미국투자회사 거거든? 그러니까 미제. 걔가 주식을 사면? 주식시장에선 아메리칸이 사는 걸로 보인단 말이지. 개미들은 외국인이 샀다고 좋다고 따라오거든. 이걸 두고 ‘검은머리 외국인’이라고 하는 거지.” 


극 중 재미교포로 설정된 펀드매니저 브라이언 최(배우 김준성)가 그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등장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실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악재성 내부정보 또는 조사분석보고서를 이용해 선행적으로 공매도하거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전 매수예정자가 공매도를 통해 주가하락을 유도하는 등 사례가 있었다. 


금감원은 “외국인 투자자가 우월적인 정보력과 매매기법 등을 이용해 공매도 등 자본시장을 교란해 국부를 탈취하거나, 조세피난처로 우회한 ‘검은머리 외국인’이 불공정거래를 이용해 국부를 유출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앞으로 ‘검은머리 외국인’의 불공정거래를 통한 국부 탈취 및 유출 행위를 엄단하고, 국제조사팀을 중심으로 필요시 외국 감독기관 및 검찰과 공조할 방침이다. 


한편, 영화 초반 주인공 강현수(박용하)의 한 선배는 “요즘엔 뭘 만들어서 돈을 버는 세상이 아냐. 돈은 주식이 벌어다 주는 거야. ‘무슨무슨 컴’ 이렇게 간판 달고 코스닥에 올려놓기만 하면, 몇 십 억은 그냥 땡길 수 있다니까” 라며, 아직 상장도 안 한 자신의 회사 주식을 사라고 현수에게 유혹한다. 


현수는 없는 돈을 끌어 모아 주식에 투자하지만, 주가폭락사태가 터져 신용불량자가 된다. 자기 회사 주식을 사라고 말했던 선배는 해외로 잠적한다. 주인공 현수는 ‘닷컴 열풍이 닷컴 거품으로 이름을 바꾼 그 해 겨울, 대박을 약속했던 선배는 필리핀으로 떴고, 약속을 믿었던 나는 한강으로 떴다’ 라며 좌절한다. 


실제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인터넷 산업이 급성장하고 ‘닷컴’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인터넷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닷컴 열풍에 휩싸여 설립됐던 많은 회사들이 2000년대 들어 줄 이어 도산했다. 이른바 ‘닷컴 버블’이다. 


닷컴 열풍이 불어 대규모 투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리면서 시세조종을 노리는 작선세력도 같이 늘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주식시장 내 시세조종은 부실기업 주식을 대상으로 한 종가관여, 통정매매 등 비교적 소극적이고 단순한 형태가 주류였으나, 1990년대 중후반부터 주식시장은 큰 돈을 만지려는 세력들의 장이 됐다. 금감원은 “1994~1995년에 들어서는 복수의 증권회사 또는 기관의 펀드 매니저가 연계된 이른바 작전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가 나왔던 2009년 이후, 작전세력에 의한 시세 조종 사례는 더욱 진화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불공정거래 수단은 IT 기술의 발달로 첨단화, 다양화되고 그 행태도 더 지능화되는 추세다. 


예를 들어 SNS,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대형 수주발표 예정’, ‘이번주 100% 터집니다’ 등 허위사실 유포가 더 득세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초단타 시세조종 및 투자조합의 무자본 기업인수 등 신종 불공정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혐의 입증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정보 수집기능을 강화하고 조사수단을 다양화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조기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가상화폐관련주, 남북경협주, 선거관련주, 신약개발 바이오주 등 최근 들어 급증하는 ‘ㅇㅇ테마주’에 대한 대응 역량도 제고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새로운 시장테마를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공시 및 회계를 이용한 복합 불공정거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바이오·제약회사의 임상시험관련 공시내용이 투자자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신뢰성도 의문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에 금감원은 “서민 투자자를 울리는 테마를 선정해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투자자경보 발령, 기동조사 등 순차적으로 대응하겠다”며 “테마주별 주가등락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올해 4월 ‘테마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감시망을 첨단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금감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테마주의 경우, 유력 후보자별 테마주의 주가·거래량 동향 등을 실시간으로 밀착 감시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최근 지방선거 관련 주가 이상 급등이 발생한 일부 종목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향후 각종 테마주와 관련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한 예방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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