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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국제 사회는 미국과 소련의 양극체제였다. 시장경제를 대표하는 미국과 계획경제를 대표하는 소련을 중심으로 전 세계는 양분됐다. 1990년대 소련의 붕괴 이후 2000년대까지는 미국이 유일 강국의 지위를 누렸다. 2000년대 말 금융 위기는 미국의 패권 약화 등 국제 사회를 다극체제로 이끌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등장 이전 국제정치는 유럽 국가가 이끌었다. 특히 영국은 전 세계에 걸친 식민지 탓에 ‘해가지지 않는 국가’라고 불리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미국과 소련의 부상의 도화선이 됐다. 소련의 와해는 각기 다른 경제권 대결의 패배가 단초가 됐다. 미국의 약화는 미국의 무리한 전쟁과 국내 경제 정책 실패가 원인이다. 20세기 국제정치 판도 변화는 세계 최초 휴대폰이 등장한 지난 1988년 이후 25년간 휴대폰 업계 흐름과 유사하다.

휴대폰 시장은 2008년까지 유럽에 본사를 둔 노키아가 지배했다. 2008년 노키아의 연간 휴대폰 판매량은 4억6840만대 점유율은 39.8%다. 2위 삼성전자와 격차는 2배가 넘었다. 노키아는 북미에서만 간발의 차로 모토로라에게 1위를 내줬을 뿐 각 지역별 시장에서도 절대강자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2009년 전 세계적 스마트폰 열풍은 노키아의 몰락과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체제의 시발점이 됐다. 그리고 미국이 시장경제 확산에 힘입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시대를 연 것처럼 안드로이드 생태계 확산에 힘입어 ‘팍스 삼성(Fax Samsung)’ 시대를 열었다.

애플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꾸렸지만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맹주를 선택했다.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유태인이라면 삼성전자의 보이지 않는 손은 구글이다. 하지만 양자는 연대는 누가 먼저 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미국이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초토화 된 유럽국가가 소련에 대항할 수 있도록 무상원조 등 진흥책을 썼던 마셜플랜처럼 구글이 스마트폰 시대 들어 우왕좌왕하는 휴대폰 제조사를 위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무료로 개방했다. 그 수혜는 삼성전자가 제일 톡톡히 누렸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전쟁을 벌인 것도 도움이 됐다.

팍스 삼성 시대의 출발점은 2013년 2분기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난 26일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분기 처음으로 애플의 영업이익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SA는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휴대폰 영업이익을 52억달러 애플의 휴대폰 영업이익을 46억달러로 추산했다. SA는 이에 대해 “많은 판매량, 높은 가격, 강력한 비용 통제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마침내 휴대폰 산업의 최대 판매 및 최다 이익 제조사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판매량에서는 전체 휴대폰과 스마트폰 모두 지난 2012년 1분기부터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2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2위 노키아와 3위 노키아보다 많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애플의 2배가 넘는다.

애플은 지난 4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회사였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1년까지 세계 1위에 가장 근접했다. 애플의 몰락은 소련의 몰락과 비슷하다. 폐쇄적 생태계, 1년에 1종의 신제품이라는 지난 2007년 휴대폰 사업 시작 이후 시대적 흐름을 외면한 변치 않는 전략이 화를 불렀다.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최고경영자(CEO)의 사후 위기가 온 것도 공산주의 국가의 추락이 연상되는 양태다.

1990년대 후반 미국처럼 지금의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업에서 대적할 적수가 없다.

그러나 역사상 단극체제의 존속기간은 시대를 거듭할수록 짧아졌다. 삼성전자가 패권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면 이런 역사의 교훈을 되새김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추락은 미국의 추락처럼 외부위험보다는 내부위험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전 세계 경찰을 자인하다 국내 경제가 악화됐다. 패권주의로 일관하다보니 우호국도 적으로 만들었다. 미국의 노선을 추종하는 사람만큼 미국의 노선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삼성전자는 일반폰부터 스마트폰까지 저가폰부터 고가폰까지 전 세계 시장에 대응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강점인 공급망 관리(SCM)에는 부정적 요소다. 삼성전자 안의 사업부문별 갈등도 불거지는 추세다. 통신사나 다른 제조사는 삼성전자 독주가 탐탁지 않다. 삼성전자를 좋아하는 소비자만큼 싫어하는 소비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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