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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애플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한 특허소송 중 1차 본안소송(C 11-1846) 패소 및 배상금 9억3000만달러(9900억원)를 지급 1심 판결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사실상 확정됐다. 평결복불복심리(JMOL)가 남았지만 대세를 뒤집기는 힘들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애플 특허침해를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미국 시장서 일부 스마트폰과 태블릿 수입금지 및 판매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1년부터 진행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은 삼성전자의 일방적 패배로 여겨지지만 애플은 명분만 챙겼을 뿐 실속은 삼성전자가 차렸다.

특허소송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된다. 장시간이 걸리는 소송 특성상 특허침해로 거둔 이익 이상의 처벌을 받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피고는 이를 피하기 위해 최종판결 전 원고와 협상을 시도한다. 이 때문에 특허소송 대부분은 상호특허교환(크로스라이센스) 형태로 마무리된다.

이번 소송은 그렇지 않았다. 끝까지 갔다. 삼성전자가 1조원 안팎의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지만 협상은 없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게 손을 내밀기는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해 얻은 이익이 너무 컸다. 삼성전자가 허리를 숙이지 않으니 애플은 더 많은 배상액을 원할 수밖에 없다.

1차 본안소송과 ITC에서 문제가 된 삼성전자 제품은 ‘갤럭시S3’ 이전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제품군을 명확히 공개치 않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2010년과 2011년 스마트폰과 태블릿 대다수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 시점에서 이 제품군은 삼성전자에 별 영향이 없는 기기다. 하지만 당시 삼성전자에게 이 제품이 없었다면 지금의 삼성전자도 없다. 세계 휴대폰 1위 삼성전자는커녕 당시 휴대폰 1위 노키아처럼 휴대폰 사업을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함께 3강을 형성했던 블랙베리와 HTC 역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그만큼 ‘갤럭시S’와 ‘갤럭시S2’ 계열 스마트폰이 현재에 미친 영향이 크다. 갤럭시S는 지난 2010년 5월 갤럭시S2는 지난 2011년 4월 전 세계서 시판 중이다. 갤럭시S는 출시 후 7개월 갤럭시S2는 출시 후 5개월만에 각각 1000만대 판매고를 달성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13년 1월까지 갤럭시S는 2500만대 갤럭시S2는 4000만대 이상 공급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갤럭시S 출시 전인 지난 2007년부터 2010년 1분기까지 판매한 총 스마트폰 수는 1740만대다. 2010년 1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순위는 노키아 림(현 블랙베리) 애플 HTC에 이어 5위 점유율은 4.8%였다. SA는 지난 3분기 삼성전자가 전 세계 시장에서 8840만대 스마트폰을 팔아 35.2% 점유율을 가져갔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변화는 더 극적이다. 갤럭시S가 나온 2010년 2분기 삼성전자 통신부문 매출액은 8조7800억원 영업이익은 6300억원이다. 갤럭시S3가 나온 2012년 정보기술 및 모바일커뮤니케이션(IM)사업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4조400억원과 4조1900억원이다. 지난 3분기 IM부문 매출액은 36조5700억원 영업이익은 6조700억원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와 갤럭시S2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은 주인이 바꿔었고 LG전자 블랙베리 HTC 등은 실적부진에 허덕였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소송을 통해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무형의 자산도 키웠다.

이 기간 휴대폰 사업은 승자 독식 구조로 시장이 재편됐다. 삼성전자가 부품 내재화에 주력하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도 강세를 보였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든 시스템LSI나 능동형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는 세계 수준으로 성장했다.

2010년 삼성전자의 대표였던 최지성 사장과 휴대폰을 맡은 신종균 사장의 위상도 대폭 상승했다. 현재 최지성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삼성그룹을 움직이는 삼성미래전략실 실장에 있다. 신종균 사장은 삼성전자의 공동 대표이사로 격상됐다. 2010년 2분기 삼성전자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3.2%와 12.6%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IM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1.9%와 65.9%다.

한편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애플이 요구수준을 대폭 낮추지 않는한 가능성이 낮다. 삼성전자는 지금처럼 수익 극대화 시장 지배력 확대 뒤 일정 배상금을 지불하는 형태가 훨씬 유리하다. 삼성전자가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며 애플의 손을 잡을 이유가 없다. 애플 역시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까닭이 없다. 결국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침해의 피해자는 애플보다는 다른 경쟁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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