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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가 변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음성통화로 돈을 버는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구체화 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현지시각)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5’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모습이다. MWC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모바일 행사다. GSMA 이사회와 컨퍼런스 그리고 일반 전시 등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다. 올해는 200개국에서 9만3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MWC는 그동안 비싼 입장권과 전시관 대여료로 다른 국제 전시회에 비해 악명이 높았다. 전시관 대관료는 MWC보다 규모가 큰 ‘인터내셔널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의 3배다. 그럼에도 불구 타깃이 확실한 행사기 때문에 제조사와 장비사 서비스 업체 등 관련 업계의 참석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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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에 신경을 쓴 것도 통신사가 아닌 다른 업체였다. 전 세계 대부분의 제조사는 휴대폰을 팔기 위해 우선 통신사의 낙점을 받아야 한다. 통신장비는 통신사만 고객이다. 각종 서비스는 통신사가 탑재 유무를 결정해야 폰에도 들어가고 통신사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통신사에게 잘 보일 기회는 MWC 만한 것이 없다. MWC는 표면적으로 모바일 업계 현주소와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지만 이면에는 통신사는 ‘갑’이라는 사례를 보여주는 사례기도 했다.

그래서다. 애플은 한 번도 MWC에 참가치 않았다. 통신사 전시관은 구색 맞추기 수준에 불과했다. 관람객은 대부분 제조사와 장비사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올해를 기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전시 그 자체에 신경을 쓴 통신사가 증가했다. 내용도 기술 우위를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닌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집중했다. 전달하는 방법도 볼 사람만 보라는 것이 아니라 발걸음을 잡기 위한 방향으로 전환했다. 앉아서 파트너가 찾아오길 바라는 태도로는 더 이상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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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올해 전시관 정면을 동작을 따라하는 로봇에 내줬다. 그 옆엔 열기구를 타고 가상현실(VR)을 체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로봇은 5세대(5G) 이동통신이 구현되면 지연시간이 없어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VR은 역시 5G 시대 사물인터넷(IoT)와 고용량 동영상이 주는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전이면 덩치 큰 장비와 알 수 없는 그래픽이 나오는 모니터가 있었을 법 한 자리다. 통로가 로봇을 보려는 사람으로 메워졌고 체험을 하기 위해 줄을 섰다. SK텔레콤이 독자 전시관을 꾸렸던 지난 5년뿐 아니라 전 세계 통신사 전시관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로봇과 기구에 이끌린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SK텔레콤 전시관 내부로 유도된다. 카트 없는 쇼핑이 가능한 ‘스마트쇼퍼’, 내 행동을 학습해 일정을 관리해주는 ‘에고 메이트’ 등 다양한 SK텔레콤의 신사업을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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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맞은 편 도이치텔레콤은 더 파격적이었다. 전시관은 대형 화면과 이를 볼 수 있는 관람석이 전부다.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지 않았지만 도이치텔레콤이 추구하는 새 사업을 설명하는 컨퍼런스 시간만 되면 인산인해다. 텔레포니카는 영상으로 발길을 멈췄다. 전시관만 보면 CES의 TV 제조사 전시관 구성과 흡사하다. 알기 쉽게 정리한 도표와 그림은 업계 관계자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3사 전시관은 삼성전자 화웨이 LG전자 전시관과 인접해 그동안 비교를 많이 당하던 곳이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폐쇄형으로 전환한 터라 이들의 북적임이 상대적으로 더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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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옛 것을 고수한 통신사도 있었다. KT는 대부분 아이템을 모니터 1개에 장비 1개를 두고 ‘우리가 최고’라는 메시지 전달에 치중했다. 전문가를 타깃으로 했다면 낯간지럽고 일반인을 타깃으로 했다면 무엇인지 모르겠는 전시다. 새로움으로 무장을 했지만 어떻게 보여줘야 효율적인지 감을 잡지 못한 곳도 있다. AT&T는 차량과 연관한 종합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안내가 미흡했다. VR 기기 시연은 호응이 낮았고 주차 위치를 안내하거나 차량 관리를 해주는 솔루션은 오동작이 심했다. 관람을 도와주는 도우미도 부족했다. 차이나모바일은 KT와 AT&T를 섞어놓은 형태였다. 사실 KT와 AT&T 차이나모바일 전시관이 작년까지 일반적 통신사 전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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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통신사 전시관은 SK텔레콤 도이치텔레콤 텔레포니카의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통신사가 통화 수익으로만 먹고 살 수 없어진 것은 전 세계적 흐름이다. 지난 5년 동안 통신사는 변화를 얘기했지만 대다수가 주도권 회복에 초점을 맞췄지 같이 경쟁하는 것을 인정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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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GSMA는 망중립성을 강화한 미국 톰 휠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기조연설에 초대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도 중요한 연설자로 부각했다.

SK텔레콤 장동현 사장은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GSMA 보드 미팅은 예전에는 통신사업 표준이나 규제 소위원회도 네트워크 진화에 관한 얘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주제가 통신사와 OTT(Over The Top)사업자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주요 주제였다”라며 “내용도 세부적이었고 통신사업자들이 고민이 많았다”라고 달라진 통신사의 태도를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이상철 대표도 GSMA 양현미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장 사장의 발언과 일맥 상통하는 인식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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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의 태도 변화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래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들 없이 모바일 세상은 없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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