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오는 23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황창규 KT 대표 취임 후 5번째 정기 주총이다.

대기업 주총은 대부분 한결같다. 특별한 논의 없이 일사천리로 끝난다.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처리한다. 안건의 많고 적고를 떠나 1시간 이내 종료다. KT도 마찬가지다. 다만 KT는 일부 주주의 극렬한 문제제기에도 불구 그렇게 진행한다는 것이 다르다.

KT 주총의 모습은 같다. 주총 시작 전 입구에선 대표를 반대하는 일부 주주가 플랜카드를 내걸고 집회를 연다. 주총은 우호 주주가 먼저 앞자리를 차지한다. 진행요원은 행사장을 반으로 가른다. 정시에 입장한 비우호 주주는 이를 항의한다. 이들은 뒷자리에서 발언권을 요구하며 언성을 높인다. 의장은 이들에게 발언권을 1~2회 주지만 앞자리 주주가 말을 끊는다. 이후엔 윗자리에서 어떤 소란이 일어나도 안건 소개, 앞자리 제청 동의로 끝이다.

황창규 대표는 지난 2014년 1월 임시 주총을 통해 선임했다. 임시 주총 안건은 황창규 최고경영자(CEO) 내정자 선임과 경영계약서 승인 2건이었다. 당시 KT는 이석채 전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했다. 이 전 대표의 사표는 2013년 11월 수리했다.

이 주총의 쟁점은 이 전 대표의 방침 개선과 황 대표 취임 반대. 반대파는 ▲고과연봉제 폐지 ▲직원 퇴출 프로그램 철폐 ▲근로기준법 준수 ▲비연고지근무자 연고지 배치 ▲지방본부별통합투개표 실시 ▲낙하산 인사 척결 등을 신임 회장에게 요구했다. 또 황 대표가 삼성전자 전 직원의 백혈병 발병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3월 정기 주총은 큰 충돌은 없었다. 이 전 대표 체제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문을 지속했다. 진행요원으로 행사장을 가르는 일은 여전했다.

2015년 3월 정기 주총은 경찰 1개 중대가 출동했다. 사상 첫 무배당에 반발하는 주주들이 황 대표의 퇴진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총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전 9시로 당긴 점과 일반 주주 입장은 오전 8시 이후로 제한한 점도 문제 삼았다. KT는 진행요원을 동원해 행사장 일부를 차단했다. KT 직원 주주 일부는 ‘정규직 비정규직화 반대’와 ‘강제퇴출’ 반대 팻말을 들었다. 이사 보수한도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회사 실적이 좋지 않아 배당도 못하면서 보수한도는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6년 3월 정기 주총도 다를 바 없었다. 이 주총은 차상균 서울대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이 문제가 됐다. 이 전 대표 재직 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황 대표 취임 후 지속적으로 제기한 이 전 대표 체제 청산에 대한 불만이다. 이 전 대표나 황 대표나 차이가 없다는 소리가 커졌다.

2017년 3월 정기 주총은 아수라장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유탄을 맞았다. 황 대표는 최순실의 측근인 차은택 쪽 사람을 임원으로 받았다. 황 대표는 어쩔 수 없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일부 주주는 황 대표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더구나 이 주총은 황 대표 연임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었다. 충돌 양상은 2015년 3월보다 심했다. 황 대표는 질서유지권 발동을 수차례 경고키도 했다. 주주와 주주, 주주와 진행요원 등 고성과 싸움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올해는 어떨 것인가. 상황도 안건도 논쟁적이다. 황 대표는 전임 KT CEO와 같은 운명의 수레바퀴에 올라탔다. 정권교체→비공식적 퇴임 요구→사정당국 수사→불명예 퇴진. 연임에 성공했던 이전 2명의 전 대표가 밟은 길이다. 황 대표는 사정당국 수사 단계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는 해를 넘겼다고 없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반대파 주주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또 이번 주총에서 KT는 정관 변경을 시도한다. KT는 민영화 했지만 CEO 선정 때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회사다. 낙하산 취업 문제도 반복했다. KT는 안건으로 복수대표이사제를 제시했다. 회장 추천 권한은 CEO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로 바꾼다. CEO추천위원회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한다. CEO 후보는 기업경영경험을 필수자격으로 신설했다. 사외이사 자격요건도 둔다.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할 김대유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도 쟁점이다. 이들의 선임이 황 대표가 임기를 지키기 위한 카드라는 비판이다. 정권과 친분이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 방패로 쓴다는 분석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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