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무선통신 상용화 관련 화웨이 언급이 급증했다. ‘기술 우위’라는 말 ‘보안 우려’라는 말 ‘생태계 파괴자’라는 말 등이 혼재됐다. 국내만의 일은 아니다. 전 세계적이다. 화웨이가 중국업체라 그렇다. 중국이 사회주의국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 민주주의가 대척점에 있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회사다. 통신장비 회사는 여럿이 있다. 각 기업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화웨이도 마찬가지다. 다만 5G 미래가 갖는 변수가 워낙 많아 어떤 제조사를 택하든 신중할 필요가 있다.

통신 3사는 사실 선택지가 넓지 않다. 현재 5G 표준은 5G와 4G를 병행하는 NSA(Non-Standalone) 방식에 관한 것만 나온 상태. 5G 상용화는 4세대(4G)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과 연계가 필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뿐 아니라 통신사 대부분은 통신장비를 복수로 선정한다. 가격과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 회사에 쏠리면 다음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또 기존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안정적 서비스가 우선인 탓이다. 장비업체는 호환성 확보를 강조하지만 불안을 떨칠 수 없다. 품질은 통신사의 기본이다. 네트워크에서 문제가 생기면 수습하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LTE 장비는 SK텔레콤 KT는 ‘삼성전자’ LG유플러스는 ‘화웨이’ 비중이 높다. 절반 이상 장비가 들어가는 서울 수도권에 해당 업체 장비가 들어가 있다. 나머지 지역에 SK텔레콤 KT는 에릭슨과 노키아 LG유플러스는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을 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로 갈 수 밖에 없다. 아니면 LTE 장비 50% 이상을 교체해야 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LTE때 비용을 우선한 결과다. 주도권은 화웨이에게 있다. 우려 수준의 문제제기로 뒤집긴 힘들다.

SK텔레콤 KT는 에릭슨 노키아 일부를 화웨이로 대체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3.5GHz 5G 전국망은 안 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5G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를 정했다. 28GHz 등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KT는 고심 중이다. 

SK텔레콤과 KT의 화웨이 도입 여부는 기존 업체 가격 압박 의도가 높다. 에릭슨 노키아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규모를 감안하면 삼성전자 지역보다 에릭슨 노키아 일부를 떼어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이들보다 낫지만 같은 압박을 받는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는 LG유플러스와 화웨이 관계와는 다르다. 화웨이는 LTE 진입 당시 무상에 가까운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격을 제안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 화웨이가 생태계 파괴자로 불리는 이유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3사 모두 시장을 지키려면 지금보다는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까지 엮여있다. 화웨이가 SK텔레콤 KT에 들어온다면 이들의 조건이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SK텔레콤은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최태원 SK 회장 등 그룹이 중국을 중요히 여기고 있다. SK하이닉스 등 중국 업체와 거래 비중이 큰 계열사도 있다. 대놓고 화웨이를 배제할 경우 중국의 사드 보복 당시 롯데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 SK텔레콤만이 아니라 그룹 전체가 걸렸다.

정부의 처지는 SK텔레콤 처지와 유사하다. 우리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다. 안보 우방은 미국이다. 미국은 화웨이 배제를 이끌고 있다. 중국은 공식 반응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입장이 난처하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하려면 LG유플러스처럼 화웨이 일부 채용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다들 화웨이를 쓰게 놔둘 수도 없다. LG유플러스 LTE 화웨이 도입 때 미국은 반대했다. LG유플러스는 미 대사관 등 관련 지역은 다른 회사 장비를 채용했다. 정부가 채용과 배제에 개입하면 두 나라와 외교마찰로 번질 수 있다. 경제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이다. 유영민 과기통신부 장관도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이 내용에 대해선 말을 흐렸다. ‘사업자가 결정할 일’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아울러 국내 5G 생태계 조성을 고려해야 한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4차 산업혁명 선점을 위한 일. 생태계가 따라올 시간을 둬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5G의 과실은 해외 업체가 수확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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