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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자급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수도

통신방송 18.11.08 17:11

 

통신업계에 ‘완전자급제’가 뜨거운 감자다. 자급제는 통신과 단말기 유통 분리를 일컫는다. 통신상품은 통신사 유통망에서 단말기는 제조사 유통망에서 구입하는 제도다. 소비자는 단말기를 산 후 통신사와 요금제를 결정한다. 현행 유통방식은 대부분 통신상품을 고르고 단말기를 그에 맞춰 사는 구조다. 요금제에 따라 지원금을 제공한다. 지원금을 받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을 준다. 완전자급제는 법으로 통신과 단말기 유통을 분리하는 것을 뜻한다. 통신사 유통망이 단말기를 유통하는 것을 금지한다. 위반하면 처벌을 받는다.

국내 자급제는 지난 2012년 5월 시행했다. 호응은 크지 않았다. 통신사도 제조사도 유통망도 시큰둥했기 때문이다.

통신사는 그동안 단말기를 매개로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했다. 단말기 유통 영향력 하락을 반기지 않았다. 제조사는 매출의 예측 가능성 하락과 비용 증가를 우려했다. 통신사 중심 유통에선 제조사가 단말기를 통신사에게 넘기는 순간 매출이 발생한다. 전국 공급 등 유통에 따르는 비용은 통신사 몫이다. 직접 관리하면 매출 구조가 복잡해지고 물류비 등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유통망은 굳이 자급제 기기를 팔 이유가 없었다. 단말기 판매에 따른 이익은 통신상품과 물려 장려금(리베이트) 형태로 지급한다. 단말기만 파는 것보다 같이 파는 것이 이득이다. 소비자도 니즈(Needs)가 없었다. 반쪽 자급제라는 점과 홍보 부족이 원인이었다. 말만 자급제지 통신사 애플리케이션(앱) 등은 그대로인 폰을 출고가보다 10% 높은 가격에 구입해야 했다. 그나마 파는 곳도 제한적이었다.

이랬던 자급제가 전기를 맞은 것은 지난 3월 삼성전자 ‘갤럭시S9·9플러스’ 출시다.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통신사 앱을 모두 삭제한 스마트폰을 자급제로 공급했다. 자급제 전용 중저가폰도 선보였다. 이후 삼성전자 스마트폰 국내 판매량 중 10% 이상을 자급제로 소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완전자급제 옹호 쪽은 자급제로는 국내 스마트폰 유통 개선과 가격 인하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완전자급제 법안 발의 기자간담회를 연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그는 가격 인하가 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시장 자율에 의한 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다양한 제품이 나오면 가격은 내려간다.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상식”이라고 했다. 해외 제조사 진입 의사를 확인한 적 있냐는 물음엔 “들은 적 없다. 들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법만 만들면 만사형통할 것이라는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 지점이 완전자급제의 약점이다. 통신과 단말기의 유통 분리, 시장 경쟁에 따른 가격 인하는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불구 완전자급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60% 애플 20% 나머지 2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시장이다. 연간 1500만대 정도 팔린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과 수익 각각 1위 업체다. 이들과 겨루는 일은 쉽지 않다. 한국에 본사를 둔 LG전자도 애플에 밀린지 오래다.

즉 나머지 20%를 두고 겨루기엔 그리 가치가 있는 시장이 아니다. 20%를 다 차지해도 연간 300만대에 불과하다. 이 회사를 견제하기 위해 삼성전자 애플이 가격을 내릴 것인가.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점유율을 더 늘릴 수 있지만 늘리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독과점 부메랑을 맞을 수 있어서다. 아예 애플은 200만원대 스마트폰을 고가폰 주력으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사양을 높여도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중이다. 그 덕에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다. 가격 경쟁을 벌일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나마 국내 외산폰은 통신사가 전략적으로 들여온 제품이 많다. 사후서비스(AS)도 통신사가 지원한다. 완전자급제가 되면 이 통로가 없어진다. 연간 10만대도 팔기 힘든 시장을 위해 전국 AS망 등을 갖출 회사는 없다. 이를 감수하고 진입하는 경우 비용은 가격에 전가할 수 밖에 없다. 가격 인상 가능성이 더 높다.

통신 유통망 붕괴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부수적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 완전자급제보다 자급제 활성화가 맞는 방향이다. 앞서 언급했듯 자급제가 지지부진했던 점은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하기 시작하니 반응이 나온다. 규제가 능사가 아니다. 자율에 맡길 수 있을 때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