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지난 2018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한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승인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세탁기 완제품 120만대에 대해 ▲1년차 20% ▲2년차 18% ▲3년차 16%의 관세를 부과한다. 120만대 초과에 대해선 ▲1년차 50% ▲2년차 45% ▲3년차 40%의 관세를 매겼다. 부품은 ▲1년차 5만개 ▲2년차 7만개 3년차 ▲9만개는 무관세다. 이를 넘으면 ▲1년차 50% ▲2년차 45% ▲3년차 40%의 관세를 책정했다.

완제품도 부품도 미국에서 판매하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뜻.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생활가전 공장을 신설했다. 2018년 1월 가동을 시작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몽고메리카운티에 생활가전 공장을 세웠다. 2018년 12월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약 300만대 세탁기를 미국에 판매한다. 2016년 기준 2016년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미국 수출액은 10억5900만달러(약 1조1300억원)다. 미국에서 세탁기를 만들게 됐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국가 생산량은 줄어든다. 미국에는 일자리가 생겼다. 다른 나라는 일자리가 없어졌다. 세이프가드를 철회한다고 상황이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공장은 만들었고 돌아간다. 원가를 감안해 물량을 조절할 경우 구설이 생길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다. 싫든 좋든 유지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장기화한다. 지난 9일과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협상은 소독 없이 끝났다.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일정은 잡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상향했다. 중국은 보복을 다짐했다.

미국은 0일 오전 0시1분부터 중국을 출발한 5700여종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10% 관세율을 적용했던 품목이다. 2000억달러(약 235조3000억원) 규모다. 이번 조치로 25% 관세를 내야 하는 제품은 2500억달러(약 293조9000억원)가 됐다. 미국은 3250억달러(약 385조8000억원) 규모 상품에 추가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다.

미국의 태도에서 중요한 점은 관세 부과 대상이 중국 업체 제품이 아니라 중국산 제품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메이드 인 차이나’가 없이 살 수 없는 시대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이유는 원가절감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원가가 낮으면 가격경쟁력이 올라간다.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관세율 상향으로 미국에 팔 제품을 중국에서 만드는 것에 대한 이득이 사라졌다. 삼성전자 LG전자가 미국에서 세탁기를 만들기로 한 것처럼 말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수입국 중 하나다. 미국에 못 팔면 중국에서 만들 이유도 없다. 중국산에 매긴 관세는 중국 제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카드다. 다만 중국은 그 자체로 매력적 시장이다. 중국은 자국 시장 접근권을 무기로 외자 유치를 한다. 급격한 이탈 확률은 낮다.

그러나 이번 일이 잘 해결되더라도 교훈은 남는다. 같은 일이 또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중국보다 인건비와 지원이 좋은 나라도 많다. 중국 내 일자리가 없어진다. 소득이 준다. 경제활동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단 중국은 확전을 택했다. 13일 5140개 미국산 제품에 6월1일부터 최대 25% 관세를 예고했다. 600억달러(약 71조2000억원) 규모다. 미국처럼 기한을 둬 판을 깨지는 않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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