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전자가 삼성전자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TV에 문제제기를 한 지 3개월째다. LG전자는 삼성전자 공격 명분을 ‘소비자 피해와 혼란’에서 찾았다. 올해 나온 초고해상도(8K)TV가 광고와 달리 4K 해상도에 불과하다는 점과 QLED라는 명칭이 액정표시장치(LCD)TV를 LCD TV가 아닌 것처럼 혼동을 준다는 점을 비판했다. 삼성전자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8K 해상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럿이 있고 이를 충족한다고 반박했다. LCD TV기는 하지만 퀀텀닷(QD) 필름으로 화질을 개선했기 때문에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해외에서 끝난 논쟁을 국내로 가져왔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LG전자가 삼성전자 QLED TV를 공격하는 이유는 일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TV 시장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LG전자가 중심이 된 올레드TV 진영은 그동안 ‘프리미엄TV=올레드TV’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시장도 호응했다. 작년 1분기 정점을 찍었다. LG전자 TV사업을 맡은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2018년 1분기 영업이익률은 13.8%를 찍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QLED TV 신제품을 내놓으며 두 가지를 강조했다. 8K와 초대형. 프리미엄TV 시장 재편을 노렸다. TV용 올레드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한다. 8K와 초대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삼성전자는 올레드TV가 대응할 수 없는 영역으로 경쟁을 전환했다. TV 패널의 종류가 아닌 크기와 화질로 구매자의 시선을 유도했다. 브라운관과 평판, LCD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TV 패널 종류는 TV 선택의 기본 고려요소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 전략은 “패널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보고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로 소비자 인식을 바꾼 셈이다.

작전은 성공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QLED TV 판매량은 545만대 올레드TV 판매량은 3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QLED TV와 올레드TV 판매량은 각각 269만대와 251만대. 격차를 확대했다. 중국 업체 LCD 공급 증가에 따른 LCD TV 가격하락도 소비자 선택을 늘리는데 일조했다.

LG전자의 전략은 소비자의 눈을 다시 패널 종류로 끌어오기 위한 것. 원가 경쟁력을 갖춘 올레드 8K 및 초대형 패널을 양산할 때까지 어쩔 수 없다. 올레드 진영서 유독 LG전자가 삼성전자 발목을 잡는데 주력하는 것은 관계사 LG디스플레이의 미래도 걸려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올레드 독점 공급사다. LG디스플레이가 TV업체 수익성과 점유율을 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특정 업체를 우대하거나 가격을 높게 받기는 쉽지 않다. 올레드TV 시장 자체를 키워야하는 탓이다. LG전자에 물량을 몰아주면 다른 TV 제조사가 모두 삼성전자 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레드는 LG디스플레이의 미래다. LG전자만 올레드를 쓸 경우 LG전자가 흔들리면 LG디스플레이도 없다. PDP에 올인했던 일본 파나소닉이 그랬다. TV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LG전자가 TV 1등이 되도 LG디스플레이가 이것만으로 먹고 살기는 어렵다. 다른 고객이 있어야한다. 올레드TV 시장이 있어야 LG디스플레이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

 

사실 LG전자로써는 굳이 키우지 않아도 될 논란이다. LG전자는 세계 TV 2위다. 논란은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소송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 소송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했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가 됐다. TV의 경우 삼성전자는 LG전자 덕에 QLED 지명도를 높였다. 8K와 초대형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LG전자는 올레드TV를 강조하기 위해 LCD TV 네거티브 마케팅을 활용했다. 덕분에 LG전자 LCD TV 마케팅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LCD TV 네거티브 마케팅이 부메랑이 됐다. 딜레마다.

현 상황은 내년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어려움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LG디스플레이 올레드 전환은 진행형이다. LCD 가격은 하락세다. 올레드TV보다 LCD TV가 돈이 더 남는다. 올레드TV 진영 이탈도 막아야한다. LG전자 지원사격이 불가피하다. 공세를 중단하기보다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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