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애플이 지난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에 1조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작년에도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에 비슷한 금액을 보상금으로 줬다.

완제품 업체와 부품 업체는 사전에 수량과 금액을 계약한다. 완제품 업체는 안정적 부품 공급을 위해 부품 업체는 안정적 매출 확보를 위해서다.

대부분 완제품 업체는 약속한 물량을 구입하지 않을 경우 차기 제품 관련 부품을 구매하겠다는 약속 선에서 수요예측 실패를 부품사에 떠넘긴다. 부품사는 향후 거래 관계를 위해 손해를 감수한다. 현재의 고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제품 업체는 부품사 통제와 위험 분산을 위해 부품당 복수의 공급사를 끌고 간다.

보상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 경우는 부품사가 완제품 업체보다 힘이 쎌 때다. 해당 부품사의 부품을 특정 완제품 업체가 입도선매하기 위해 쓰는 수단이다. 물론 완제품 업체 입장에서는 보상금을 주지 않아도 될 만큼 제품이 자신이 있을 때 이런 계약을 하게 된다.

애플과 삼성디스플레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2016년 모바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전용 라인을 구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금도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절대 강자다. 그때는 더 했다. 애플이 아니어도 공급할 업체가 많았다. 투자를 늘리지 않고 가격을 올려도 됐다. 보상금은 최악의 경우 투자비 일부를 보전하는 차원이었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국내 협력사에 보상금을 약속하거나 지급한 사례는 없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애플이 올해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7억4970만달러 OLED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보상금은 9억5000만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추산했다. 보상금은 재무제표에 영업외 이익으로 반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탓에 감가상각비 등 비용이 증가했다. 매출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다른 회사와 거래할 기회도 잃었다.

즉 보상금 덕에 2분기 삼성전자가 ‘깜짝 실적(Earnings Surprise, 어닝 서프라이즈)’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보상금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긍정적 요인이 각 분기에 고르게 분산 발생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보상금은 보상금이다. 원래 받을 수 있었던 돈보다 많이 주는 보상금은 없다. 갑 같은 부품사라도 결국은 을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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