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시작된 2G 서비스가 23년 만에 사라질 위기입니다. SK텔레콤은 이달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2G 서비스 종료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는데요. 올해 말엔 반드시 2G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입니다.
 

기존 2G 가입자들에겐 아쉬운 소식입니다. 업무 또는 영업상 수십 년간 써온 번호를 버리기 힘든 이용자들은 서비스 종료를 극구 반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01X’ 번호를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는 일부 이용자들의 청구 소송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사정도 이해는 갑니다. 1995년부터 도입해온 삼성과 에릭슨엘지의 2G 장비(CDMA)는 이미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설명입니다. 장비사들 역시 3G(WCDMA) 전환 시기인 2005년 무렵 SK텔레콤에 공급하던 2G 장비 생산을 단종했습니다. 그나마 확보해둔 예비 장비로 지금까지 버텼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SK텔레콤과 함께 2G 서비스를 해온 LG유플러스는 어떨까요? KT가 지난 2011년 일찌감치 2G 서비스를 종료한 것과 달리 두 회사의 2G 주파수 사용 기간은 2021년 6월까지입니다. 그런데 LG유플러스는 2G 서비스 종료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내후년까지 서비스 유지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SK텔레콤 설명대로라면 LG유플러스도 2G 장비 노후화로 서비스 종료를 간절히 원해야 하는데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LG유플러스의 남다른 2G 역사 때문입니다. 당시 이동통신 표준 기술은 미국식 CDMA와 유럽식 WCDMA가 있었는데요. 국내에선 2G에서 3G로 넘어가면서 WCDMA를 채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KT와 달리 WCDMA로 전환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CDMA를 개량해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인 ‘리비전.B’를 구현하게 됩니다.
 

그래서 LG유플러스의 3G 서비스는 ‘2.5G’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완벽한 3G가 아닌 2G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것이죠. 어쨌든 LG유플러스는 이러한 이유로 3G 상용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2G 장비를 사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업계는 LG유플러스의 2G 장비 최종 납품 시점을 리비전.B 상용화 시기인 2011년 무렵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보다 2G 장비를 더 오랫동안 납품받았기 때문에 예비 장비가 많고 노후화 수준도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다만 LG유플러스는 “당시 2G 장비를 개량해 3G에 대응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현재까지 장비 수급이 원활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SK텔레콤과 2G 장비 현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일축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2G 종료 승인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연말이면 2G 서비스가 마감할 것이란 언론 보도에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SK텔레콤과 달리 2G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겠다는 LG유플러스가 의외의 복병이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에 비해 LG유플러스가 2년 정도 2G 장비 도입을 늦게 한 것은 맞다”면서 “추후 상세한 현황에 대해 SK텔레콤, 필요하다면 LG유플러스까지 현장 점검이나 별도 조사로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심사기한 및 2G 서비스 종료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과연 2G 서비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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