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0’ 사전예약이 한창입니다. 예년과 달리, 통신3사는 삼성전자보다 약 일주일가량 늦은 지난 20일부터 예약 판매에 돌입했는데요. 이는 앞서 10일 3사가 함께 발표한 ‘사전예약 절차개선 합의’ 때문입니다.
 

합의 내용은 3가지입니다. 우선, 사전예약 기간을 종전 열흘 안팎에서 일주일로 단축합니다. 이때 예고한 공시지원금은 공식 출시일 전까지 변경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리점과 판매점에 지급하는 판매지원금(리베이트)을 이 기간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보조금 경쟁 때문입니다. 매년 사전예약 기간에 벌어졌던 물밑 보조금 대란을 막겠다는 것이죠. 그동안 통신사들은 어느 한쪽이 보조금을 늘리면 나머지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소극적으로 해명해왔는데, 이번에는 좀 더 강력한 조치를 다짐한 셈입니다.
 

이번 합의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단 통신사들은 긍정적입니다. 사실 보조금 출혈 경쟁은 이들도 부담스럽습니다. 작년 3사의 합산 마케팅 비용은 8조542억원에 이릅니다. 전년보다 10.5% 증가했죠. 5G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라지만 이런 지출이 계속될 순 없습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따라 제한된 보조금을 억지로 늘리려다 규제 철퇴를 맞는 일도 더는 없어야 합니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벌어진 보조금 대란에 대한 징계로 통신사들에 영업정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제조사들은 이번 합의가 썩 반갑지 않을 겁니다. 예약 기간이 줄어든 만큼 신제품의 초반 판매 흥행이 주춤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기간엔 지원금 상향 조정 가능성도 없으니, 소비자 대부분은 예약 기간이 끝난 후 제품을 사려 할 겁니다.
 

보조금 유인 효과가 없으니 단말기 판매 자체에 제약이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동안 제조사 입장에선 막대한 마케팅 지출을 통신사가 일정 부분 부담해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공백을 이제는 제조사 자체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강화해 메워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이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원칙적으로는 이용자들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들쑥날쑥했던 지원금을 예약 기간 전후 쉽게 비교할 수 있고, 깜깜이 정보로 인한 피해도 막을 수 있습니다. 과도한 보조금을 미끼로 한 일부 유통점의 사기행위도 줄어들 수 있겠죠.
 

물론 대다수 이용자는 이번 합의를 부정적으로 바라봅니다. 한 시민단체는 이를 통신사 간 거래 담합으로 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됐든 구매자에게 알음알음 지원되던 보조금이 줄어드는 것이니 단말기 가격부담이 늘어났다고 여기는 것이죠.
 

웬만한 스마트폰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 시대입니다. 5G 상용화 이후 통신요금도 만만찮아졌습니다. 이 같은 이용자들의 우려를 마냥 무시할 순 없습니다. 통신사들의 이번 합의가 불법보조금 견제에서 나아가 전반적인 단말 부담을 낮추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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