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이달 11일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고 합니다. 아시아 지역에선 인도 다음으로 두 번째 상륙입니다. 디즈니플러스가 바로 옆동네까지 성큼 다가오면서 국내 이용자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서비스 개시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로 점쳐지고 있는데요.
 

정작 국내 통신업계는 고심이 깊어 보입니다. SK텔레콤을 비롯해 통신3사는 디즈니플러스의 정식 출시 이전부터 꾸준히 콘텐츠 제휴를 모색해왔습니다만 시작부터 밑지고 들어가는 장사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망 사용료 때문인데요. 거대 글로벌 기업인 디즈니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본의 경우 디즈니플러스는 1위 통신사업자 NTT도코모를 통해 현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쪽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듯 한데요.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망 사용료 대신 현지 캐시서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디즈니플러스가 주목하는 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전일 겁니다. 넷플릭스는 최근 SK브로드밴드에 채무부존재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자기들은 망에 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사실상 망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버티는 겁니다. 소송 결과는 곧 국내 망 이용계약에 관한 선례가 되겠죠.
 

얼마 전 국회 문턱을 넘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관건입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 수가 많고 상당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해외 사업자라 할지라도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달 중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지침을 정할 예정인데, 이 때문에 업계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선 특히 난감할 겁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를 추진하는 동시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분쟁을 전면에서 치르고 있거든요. 실제로 내부에서는 어떻게든 디즈니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과 자칫 망 사용료에 대한 기준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견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디즈니플러스와 먼저 손을 잡을 경우 타격도 무시할 수 없겠죠. 실제 KT는 자사 OTT ‘시즌’을 통해 콘텐츠 확대를, LG유플러스도 넷플릭스와의 독점 제휴가 끝나는 대로 추가 플랫폼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망 사용료 전선에 있는 SK텔레콤과 달리 상대적으로 부담도 적을 듯 합니다.
 

현재 디즈니플러스는 전 세계에 돌풍에 가까운 기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출시 반년 만에 5000만명이 넘는 글로벌 가입자 수를 달성했죠. 만약 그와 손을 잡는다면 미디어 사업을 키우고 있는 통신사들에 큰 힘이 될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대형 글로벌 CP와의 망 이용계약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도 숙제입니다. 과연 이 딜레마는 어떻게 될까요?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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