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재 유치전이 더 뜨거워졌습니다. 세계적인 AI 석학은 물론 40대 이하 젊은 AI 전문가들도 ‘부르는 게 몸값’이라고 할 정도인데요.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인력 수급의 장이던 글로벌 기술 컨퍼런스들이 모두 중단되며 업계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사태로 AI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AI는 방역 최전선에서 감염을 예측하고 분석해 의료 진단을 돕고 있는데요. 자가격리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실생활 도우미까지 자처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치열한 각국의 AI 주도권 다툼이 코로나19 발발 이후 더욱 조급해질 전망입니다.
 

주요 국가들은 이미 몇년 전부터 중장기 AI 산업전략을 수립해왔는데요. 미국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AI 이니셔티브’에는 AI 연구개발(R&D)과 인력에 장기적이고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습니다. 중국은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일본도 작년 ‘AI 전략’을 공개하며 국가적인 연구역량을 쌓아올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력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AI 전문가는 가뭄 수준입니다. 수년간 AI 주도권을 선점했던 미국도 최근 들어 상당한 수의 인력이 유출되고 있습니다. 전 산업 굴기를 앞세운 중국이 공격적으로 AI 인재 확보 정책을 꾀하고 있거든요. 지난 2016~2018년 미국 내 전체 AI 채용 공고는 2배 증가했지만 수요 증가율은 15%에 그칩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트럼프 정부의 폐쇄적인 이민정책 기조가 이 같은 인재 유출을 부추긴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미국 내 AI 인재 핵심 공급원은 사실 유학생들인데 이들의 체류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이에 미국에서는 외국인 에이전트 등록법(FARA) 등 외국인 인재를 모집하기 위한 법제도를 부랴부랴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상황은 크게 좋지 않습니다. 시카고 폴슨 연구소의 사내 싱크탱크에 따르면 중국은 최고 수준 AI 인재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그만큼 AI 인재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근래 미국의 이민정책에 따라 중국인 AI 인재가 자국으로 귀환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해외에 머무르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게 현실입니다.
 

일본의 경우 미국 중국보다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KISDI에 따르면 타 국가에 비해 AI를 잘 다루는 인재들이 압도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대표적인 고령화 사회이고 노동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 전반의 AI 도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요. 사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AI 관련 특허 개수가 전 세계 3위 수준이고 AI 스타트업 수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습니다. 그만큼 선도기술과 시장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지표에선 아직 미국과 중국 수준에 많이 못 미칩니다.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1.6%로, 2년의 기술격차가 있습니다.
 

경쟁력의 차이는 인력의 차이에서 옵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따르면 국내 AI 대학교·대학원 수는 2018년 기준 ‘0개’입니다. 영국(55곳), 미국(9곳), 중국(1곳), 일본(1곳)보다 부족한 숫자죠. 지난해 말 정부가 AI 국가전략을 공표하며 AI 대학 확대를 비롯한 인재 양성 계획을 천명했으니 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다행히 민간에서도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카카오가 AI 동맹을 맞은 데 이어 KT와 LG전자 및 LG유플러스, 그 외 다수 기관들이 ‘AI 원팀’을 결성했죠. 이들은 AI 공동 연구와 인재 양성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융합서비스 창출은 물론 국가적인 AI 역량을 높일 계획입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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