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통합론이 뜨겁습니다. 웨이브며 티빙이며 여기저기 흩어진 플랫폼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합치자는 주장인데요. 웨이브를 출범시킨 SK텔레콤은 티빙에 합병 제안까지 내밀었습니다. 토종 OTT끼리 연합해야만 냉혹한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말이죠.
 

일단 소비자들은 두손 들고 환영입니다. 각각의 OTT마다 보고 싶은 콘텐츠들이 다 다른데, 일일이 가입해 보자니 한달 구독료가 만만치 않을 테니까요. 현재 지상파 콘텐츠는 주로 웨이브, CJ와 JTBC 콘텐츠는 주로 티빙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플랫폼을 단일화해 콘텐츠를 한곳에서 보고 싶어 하는 니즈가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플랫폼이나 콘텐츠 단일화가 통합론의 전부는 아닙니다. 애초에 통합론이 탄생한 것은 넷플릭스 때문인데요. 매해 십수조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쌓은 넷플릭스와 달리 국내 시장 규모는 초라합니다. 대표 OTT인 웨이브의 5년간 투자액이 3000억원에 그칩니다. 글로벌 공룡들과 싸움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결국 통합론의 핵심은 원래 있던 콘텐츠를 단순히 합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콘텐츠를, 그것도 대작 인기 오리지널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얘깁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돈을 벌고, 정부는 한류를 발판 삼아 K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대로만 된다면 물론 더할 나위 없습니다.
 

하지만 통합론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일단 플랫폼 단일화를 하려면 서로간 합병을 하거나 콘텐츠를 전면 개방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티빙의 경우 SK텔레콤의 합병 제안에 “언론 플레이 말라”며 강하게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예로 KT와 LG유플러스가 각자의 IPTV 플랫폼에서 서로의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제휴를 맺은 사례가 있지만, 각종 라이센스 문제로 일부 콘텐츠를 공유하는 데 그쳤습니다.
 

냉정히 보자면 국내에 있는 모든 OTT들을 합친다 해도 ‘티끌 모아 티끌’입니다. 글로벌 OTT 기업들이 벌이는 규모의 경제에는 못 당합니다. 넷플릭스만 해도 한해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콘텐츠에 쏟아붓는 걸로 유명합니다. 작년에만 150억달러(한화 약 18조원)를 투자했죠. 디즈니의 경우 작년 투자액이 187억달러로 추정됩니다. 반면 국내 웨이브·티빙·시즌·왓챠가 콘텐츠 공동투자를 한다 해도 1조원을 넘으면 다행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가 내놓은 대책은 ‘국내 OTT 활성화 협의체’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주도로 웨이브·티빙·시즌·왓챠 등 4개 사업자가 모인 이 협의체에서는 정부의 콘텐츠 지원과 플랫폼 간 콘텐츠 협력방안을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합병이나 통합까진 아니더라도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콘텐츠 협업을 해보자는 의기투합으로 풀이됩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선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은 것 같습니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KT 시즌을 담당하는 김훈배 커스터머본부장이 던진 논점이 어느 정도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김 본부장은 최근 OTT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는 정부 간담회에서 “글로벌 OTT 플랫폼과는 경쟁만큼이나 같이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예컨대 CJ·JTBC가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동제작에 나선 사례처럼 말이죠. 글로벌 OTT를 무조건 배척하는 대신 이와 같은 윈윈 관계를 만드는 게 오히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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