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언택트화가 앞당겨지며 다양한 실감형 서비스들이 ‘언택트의 꽃’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상공간을 현실처럼 경험하는 가상현실(VR)과 현실공간에 가상사물을 보여주는 증강현실(AR), 이 두가지를 결합한 혼합현실(MR)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은 물론 하나의 산업으로 점점 고도화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이전 VR이나 AR은 전용 기기로 한정된 콘텐츠를 감상하는 용도에 그쳤다. 이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끊김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5G가 상용화되면서 통신사들은 앞다퉈 VR·AR을 5G 핵심서비스로 선전했다. 콘텐츠는 차츰 다양해져 공연·게임·스포츠와 홈트레이닝·쇼핑 등 일상 영역에 VR·AR이 접목되기 시작했다.

 

이제 코로나19 이후 실감형 서비스는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곳을 가거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상적 행위들을 할 수 있는 대안적 경쟁력에 더욱 초점을 두고 있다. 원격회의와 실감형 교육 분야에도 VR·AR을 활용한 시도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단순히 5G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접근하던 통신사들도 영역을 넓혀 실감콘텐츠 발굴·제작부터 글로벌 수출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SK텔레콤의 경우 전용 플랫폼인 ‘점프VR’ ‘점프AR’을 갖추고 있다. VR·AR을 망라한 혼합현실 콘텐츠 제작시설인 ‘점프스튜디오’도 구축하며 콘텐츠 역량 확보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직관이 어려운 프로야구나 ‘리그오브레전드’ ‘카트라이더’ 등 인기 e스포츠에 대한 무관중 중계 서비스를 점프VR·AR에서 볼 수 있는 점도 반가운 대목이다. 최근에는 구글·문화재청 등과 협업해 덕수궁과 창덕궁을 VR·AR로 관람하는 서비스를 내놓는 등 문화재 기반 서비스로도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페이스북 등과 손잡고 출시한 ‘버추얼 소셜 월드’는 보다 인적 관계에 초점을 둔 서비스다. 다른 VR 이용자와 가상공간에서 만나 소셜 네트워크를 쌓거나, 가상 사무실에서 VR 기반 원격회의도 가능하게 했다. SK텔레콤은 가상체험서비스 개발사 ‘카카오 VX’, 게임 개발사 ‘넥슨’ 등과 합작해 VR 게임 제작도 지원 중이다. 

 

KT는 AR보다는 VR에 좀 더 주력하고 있다. 자체 VR 플랫폼 ‘슈퍼VR’을 중심으로 직접 VR HMD 기기를 출시하고 있으며, 올해 3월부터는 세계최초 8K VR 스트리밍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외 100개 이상 스타트업과 협업해 만든 VR 콘텐츠 1만여편을 확보하고 있으며, IPTV ‘올레tv’ 실시간 방송도 슈퍼VR을 통해 볼 수 있다. 올해 연말까지 8K 초고화질 VR 콘텐츠를 100여편까지 갖춘다는 계획이다.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도 VR 콘텐츠 공유 제휴를 맺고 있다.

 

교육·소셜·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의 접목도 눈길을 끈다. 진에어와의 제휴를 통해 비행기 탑승객은 슈퍼VR 서비스를 즐기고 기내 안내방송 역시 VR 화면으로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영어전문학원 ‘청담러닝’과 협력해 소셜미팅플랫폼 ‘인게이지(ENGAGE)’를 통한 아바타 방식의 VR 외국어 회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LG유플러스는 AR기기 제조업체 ‘엔리얼’과 손잡고 AR글래스인 ‘U+리얼글래스’를 지난달 출시했다. 산업용이 아닌 고객용(B2C) AR글래스 기기를 출시한 것은 세계 최초 사례다. 88g의 U+리얼글래스는 AR글래스 화면으로 최대 100인치까지 다양한 영상·게임·소셜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 하반기에는 미국 스타트업 스페이셜과 협력해 AR아바타 기반의 원격회의 솔루션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6개국 7개 사업자가 함께하는 5G 콘텐츠 연합체 ‘XR 얼라이언스’의 의장사를 맡아 관련 생태계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확장현실(eXtended Reality)을 의미하는 XR은 VR과 AR, MR을 통칭하는 용어다. 미국 반도체업체 ‘퀄컴’ 및 캐나다·일본·중국의 통신사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하는 등 대규모 실감형 콘텐츠 제작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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