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행성 아케이드게임물이 경품 대신 랭킹(순위) 점수로 환전을 시도하는 불법 영업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11일 전체이용가 아케이드게임물도 경품이 지급되는 경우엔 운영정보표시장치(OIDD)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게임법(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변경됐습니다. OIDD는 자동차의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시간당 이용금액, 당첨 점수 등이 기록됩니다.

이는 경품을 환전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에 대비한 조치였는데요. 기존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에만 부착됐습니다.

이와 관련 정민수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 심의지원부 연구원은 “경품을 통한 환전 사례가 늘다가 작년 7월 (전체이용가 경품용 게임기에도) OIDD를 달도록 의무화가 되면서 환전 사례가 줄어들었다”면서 “하지만 개정법 이후 경품이 안 나오는 (전체이용가) 게임물을 통해 랭킹 점수로 업장에서 환전하는 사례가 감지된다”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용자가 딴 점수를 기준으로 환전이 된다는 얘기인데요. 업소 현장에서 이 부분을 악용한다면 현 심의체계로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보다 강화된 등급분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도 이를 피하는 꼼수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죠.

◆중심 잡기 어려운 게임물 심의 가이드라인

하지만 게임위가 이 같은 사행성 아케이드게임물을 심의 단계에서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개정돼 삭제되는 일도 발생하는데요.

지난 4일 게임위가 등급분류 심의 가이드라인의 일부 내용을 개정했습니다. 청소년 이용불가 아케이드게임물 등급분류 신청 가이드라인 가운데 ‘당첨된 누적점수(BANK)가 정산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개정 가이드라인에서는 제외한 것인데요.

여기에서 ‘정산’이라는 말은 게임 누적점수가 별도(옵션)의 창에 표시되는데 이 창을 열어 점수를 확인한다는 의미입니다. 정 연구원은 “(누적점수가) 환전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에 이를 막고자 한 것”이라며 점수 정산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케이드게임사업자가 3건의 게임물에 대해 누적점수의 정산을 막는 것이 부당하다고 소를 제기, 대법원까지 가서 판결이 나왔습니다. 결과는 게임위의 패소인데요. 이 때문에 ‘정산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심의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됐습니다.

게임위는 환전 등 불법 영업을 막기 위해 심의 단계에서 조치를 취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제재라고 본 것이라고 풀이됩니다.

이처럼 게임물 심의 가이드라인은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의 가이드라인에 게임위 입장만을 반영한다면 행정편의주의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반면 이를 완화할 경우 불법 영업의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행성 게임물, 사후관리에서 잡아야…게임물관리위원회 역할에 주목

전체이용가 게임물은 향후 설립될 민간 등급분류 기관이 담당하게 됩니다. 전체이용가 아케이드게임물도 심의 대상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수년간 업무 노하우를 축적한 게임위도 심의 과정에서 개·변조 우려가 있는 전체이용가 아케이드게임물을 걸러내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전체이용가 등급으로 심의를 통과한 아케이드 게임물이 개·변조를 통해 불법 악용되는 일이 상당수 보고됐습니다. 더욱이 최근엔 OIDD 부착이 의무화되지 않은 전체이용가 아케이드 게임물을 일부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향후 설립될 민간 심의 기관의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힙니다.

이처럼 사행성 게임물을 심의 단계에서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면 사후관리 강화가 당연한 수순일 텐데요. 그렇다면 신설을 앞둔 사후관리 전담기구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행성 게임물의 확실한 방패막이가 돼야 할 것입니다.

특히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기존 게임위 체제에서 한계를 보인 전체이용가 아케이드게임물의 사후관리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가 기대되는데요. 향후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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