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과금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습니다. 이번에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나오면서 PC방 협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병수, 이하 인문협)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를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했습니다.

인문협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8월 15일 출시예정인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는 기존 스타크래프트의 화질만 보정한 개정판에 불과한 게임으로 전혀 새로운 게임이 아니며,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를 구매한 개인유저가 PC방에 접속 하더라도 PC방 통합요금으로 차감한다는 것은 명백한 2중판매 및 2중과금에 해당하며 또한 대부분의 PC방은 기존 스타크래프트는 물론 확장팩인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패키지를 이미 구매한 상태이므로 이번 PC방 과금은 중복 판매로 판단했다.”

인문협은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블리자드가 영세소상공인인 PC방 업계를 대상으로 ‘갑질’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 개인유저들과의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나는 일이므로 이를 시정하고자 인문협에서는 PC방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결과를 토대로 신고하게 됐다는 입장입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인문협이 블리자드를 향해 ‘갑질’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갑질 논란은 업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블리자드코리아 측은 인문협 성명에 대한 입장을 묻자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입을 닫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부분이지만 인문협 주장을 따지고 보면 다소 억지스런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영세소상공인으로 구성돼 있다는 인문협이 갑질 프레임을 내세웠지만 업계 입장에선 보면 이른바 ‘을질’이기도 합니다.

이는 인문협이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는 기존 스타크래프트의 화질만 보정한 개정판에 불과한 게임”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인데요. 출시된 지 10년이 훌쩍 넘긴 게임을 새롭게 재탄생시키기 위해 인력과 비용을 투입한 개발사의 노력을 폄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0~40대 이용자들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 소식에 크게 열광하는데도 ‘화질만 보정한 개정판’ 정도로 의미를 축소시킨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또 인문협에선 ‘패키지를 구매한 개인에게선 PC방 통합요금(시간당 250원선)을 차감해선 안 된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미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패키지를 구매했기 때문에 이용자나 PC방 업주 입장에선 2중 과금이자 2중 판매나 다름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PC방 업주보다는 이용자에게서 나와야 보다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패키지를 구매한 이용자들에 한해 PC방 통합요금 과금을 제외하는 방침을 확정했다고 가정한다면, PC방 업주들이 과연 패키지 구매자들에게 시간당 250원 가량을 거슬러주거나 그만큼의 요금을 덜 받을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되는데요. 

현재 PC방 상황에선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패키지 구매자나 비구매자나 시간당 1000원 안팎의 일률적인 요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PC방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되는 대목인데요. 패키지를 구매한 이용자들의 혜택을 PC방 업주가 가져가게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PC방 협단체 논리가 약하다고 보면서도, 업계 내 출혈 경쟁으로 인해 십수년째 시간당 1000원 또는 1000원 미만의 요금을 받고 있는 PC방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엔 공감했습니다. 게임업체와 PC방은 동반자적 관계라 볼 수 있는데요. 블리자드가 PC방 모객을 위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프리미엄 혜택(PC방 접속 시 게임 내 혜택)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패키지 게임을 구매한 개인 이용자에게선 PC방 통합요금 과금을 제외하라’는 PC방 주장은 또 한번 논란이 될 여지가 있어보입니다. 카카오게임즈가 연내 패키지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국내 서비스할 계획인데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과금 논란이 해결되지 않고 올 연말이 다가온다면 배틀그라운드 서비스에서도 같은 논란이 재현될 전망입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저작권자 © 딜라이트닷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