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18’이 지난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화려한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 지스타는 외국계 업체 처음으로 메인스폰서를 맡은 에픽게임즈부터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펍지, KOG 등 여러 참가사들이 분전한 결과, 관람객 23만명을 넘기는 등 역대 최대 흥행 실적을 올렸습니다.

세간에선 올해 지스타를 두고 ‘성공했다’, ‘남은 과제가 많다’ 등의 다소 엇갈린 평가가 나왔는데요. 지난 2010년 부산 지스타 때부터 꾸준히 행사를 방문한 기자가 보기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든 행사’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지스타사무국이 공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가 중국 차이나조이와 독일 게임스컴, 일본 도쿄게임쇼 등 여러 게임박람회를 다녀봤지만, 전시 규모 측면을 제외하면 ‘어느 게임쇼가 낫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각각 특징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 지스타는 모바일게임 트렌드를 가장 빨리 받아들이는 등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 게임쇼로 판단됩니다.

올해 출품작으로 눈을 돌려보면 작년과 또 다르게 콘텐츠 완성도 수준이 올라갔습니다. 넥슨과 넷마블이 시연 출품한 게임을 보면 ‘이제 웬만큼 만들어서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특히 올해는 예년의 PC온라인게임을 뺨치는 수준의 대규모다중접속(MMO) 모바일게임이 다수 출품됐습니다. 이 분야에선 국내 업체들이 중국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의 흥행 여부가 기술력 여부로 갈리는 것은 아니지만, 모바일 플랫폼에서 여타 업체들이 넘보기 힘든 대규모 커뮤니티의 재미를 제공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넥슨이 블록버스터 모바일게임으로 내세운 ‘트라하’는 회사 입장에서 미디어와 대중의 평가에 많은 신경을 쓴 출품작입니다.

넥슨은 트라하 개발사 모아이게임즈와 함께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최고품질의 모바일게임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는데요. 그래픽 품질부터 상당히 세분화된 캐릭터 꾸미기, 대규모 오픈필드, 강력한 액션 등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 없이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직업(클래스)에 구애받지 않고 장비에 따라 다양한 액션을 구사할 수 있는 ‘인피니트 클래스’도 호평을 이끌어냈는데요. 지스타 행사기간 중 받은 평가에 대해선 회사 내부적으로 합격점을 매기고 있습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게임전문 미디어들이 후한 평가를 내린 출품작입니다. 아기자기한 원작의 감성을 잘 살린 가운데 모바일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사용자환경(UI)을 잘 구성한 덕분인데요. 트라하와 함께 내년 출시 이후가 주목되는 게임입니다.

넷마블의 대형 출품작 4종은 ‘앞으로 고품질의 모바일게임은 이 정도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판단됩니다. 

▲‘블레이드&소울(블소) 레볼루션’ ▲‘세븐나이츠2’ ▲‘더 킹 오브 파이터즈(킹오파) 올스타’ ▲‘A3: 스틸 얼라이브(Still Alive)’ 등 4종은 지스타 개최 전 미디어 시연회에서도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 눈에 봐도 대작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타이틀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최후의 1인을 가리는 30인 배틀로얄(생존경쟁) 콘텐츠를 채택한 ‘A3: 스틸얼라이브’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화끈한 재미를 보여줬는데요. 개발사 이데아게임즈는 ‘어중간한 게임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게임을 만들겠다’고 개발 방향을 밝혔습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지스타 메인스폰서 에픽게임즈는 슈팅게임 ‘포트나이트’로 지스타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습니다. 

포트나이트는 서구권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에 비해 국내만 본다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게임인데요. PC방 정식 서비스도 시작됐고 각종 마케팅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배틀그라운드에 견줄 수 있는 유력 대항마가 나타난 셈인데요. 두 슈팅게임이 경쟁하면서 시장 파이를 키울지도 주목됩니다.

이렇듯 올해 지스타는 출품작들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올라가면서 내년 시장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품게 했는데요. 국내 게임의 중국 진출이 원천 좌절되는 등 대외적 요인으로 인해 침체기에 들어섰지만 게임산업 경쟁력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올해 출품작들이 진한 여운을 남긴 만큼 내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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