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4·15 총선에 내세운 비례대표 1번 후보가 화제를 몰고 있습니다. 류호정 예비후보(28)인데요. ‘롤(LoL) 대리게임’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류 후보는 타인이 자신의 계정으로 대전을 벌이며 랭크(실력에 따른 게임 내 위치)를 올렸다는 의혹을 부인했으나 이용자들의 증언 등으로 사실이 확인됐고 결국 사과까지 했습니다. 

롤은 ‘리그오브레전드’의 줄임말입니다. 청소년은 물론 청년층에서도 최고 인기 게임인데요. 팀원끼리 협업하면서 상대 팀 진영을 점령하는 실시간 대전이 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입니다. 월드컵에 빗댄 세계 최고 인기 e스포츠리그인 ‘롤드컵’이 세계 각지에서 매년 열리는데요. 청소년과 청년층에겐 롤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리게임 논란의 주인공인 류 후보가 ‘국회를 청년하다’라는 구호를 내세운 정의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게임 랭크가 돈이나 물질적인 가치를 따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명예이자 자존심으로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롤을 즐기고 접해봤다면 허투루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게임 내에선 돈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입니다.

이 때문에 롤 대리게임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롤을 개발·운영 중인 라이엇게임즈도 대리게임엔 엄정하게 대처합니다. 여느 게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인 까닭인데요.

류 후보는 게임업계에도 몸 담았고 e스포츠 대회까지 출전한 이력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대리게임의 폐해를 잘 알지 않았을까요. 더욱 날선 비판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스포츠선수 표준계약서법’ 발의 등 게이머들과 친숙한 이동섭 의원이 류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에 성명을 냈습니다. 이 의원 측은 “앞으로 게임업계 노동자 권익에 앞장서겠다는 사람이 대리게임을 조심성 없이 일어난 일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 측은 류 후보의 지난 행보와 사과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다양한 증언과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면, 해당 문제가 지금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 보기 때문인데요. 

류 후보가 사과문을 통해 대리게임을 ‘사소한 일’ 정도로 프레임을 바꾸고 ‘여성 유저의 능력을 불신하는 게임계의 편견을 키운 일’이라며 자신의 분명한 잘못을 남녀갈등 문제로 교묘하게 조장한다고도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험난한 진보 정치의 길’이라며 스스로를 마치 잔다르크와 같은 이미지를 만든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공교롭게도 당명이 ‘정의당’입니다. 류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의당인데 정의(justice)는 어디 갔느냐’, ‘정의란 무엇인가’ 등 조롱 섞인 댓글이 달리는 상황입니다. 이 의원 측은 정의당을 두고 “인저스티스(injustice) 파티”라며 류 후보의 공천 철회를 주장했습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저작권자 © 딜라이트닷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