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큐비트, 꿈의 컴퓨터…
 
양자컴퓨터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양자컴퓨터는 최근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이지만 이를 명확히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양자컴퓨터의 ‘양자(量子, quantum)’는 화학대백과사전(2001년)에 따르면 ‘어떤 물리량이 연속적인 값을 취하지 않고 어떤 단위량의 정수배로 나타내어질 때 이 단위가 되는 양’을 뜻한다. 에너지 양자, 광양자와 같이 쓰인다.

양자컴퓨터는 바로 이 양자적 성질을 활용한 컴퓨터다. 기존 디지털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2가지 상태로 정보를 구분하는 비트(bit) 단위로 연산을 한다. 비트가 0 아니면 1의 상태로 존재한다는 간단한 원리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0, 01, 10, 11과 같이 0과 1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큐비트(qubit)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이를 양자역학에서의 중첩(superposition) 현상 때문이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이걸 ‘도넛’으로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BM 컨퍼런스에서 제시카 포인팅(Jessica Pointing)이라는 젊은 여성 양자 연구자는 귀여운 도넛 쿠션을 꺼내들고 ‘퀀텀의 세계(World of quantum)’이라는 주제로 오픈 강연을 했다. 
 
제시카는 MIT를 졸업하고 현재 하버드대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미국 과학계의 인플루언서 같은 존재인 듯 했다. 귀여운 외모와 함께 도넛 등 소품을 활용한 쉬운 설명으로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만약 기존 컴퓨터에서 동그란 도넛을 정보를 처리한다고 했을 때 비트 단위로 연산을 한다고 치면 앞면은 0이고, 뒷면은 1이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도넛의 앞면과 뒷면 뿐만 아니라 빙글빙글 도는 도넛의 상태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다.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까지 조정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큐빗이 커질수록 처리할 수 있는 연산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양자컴퓨터의 연산 속도는 병렬 처리를 통해 ‘큐비트’ 개수 당 2의 n승(제곱)으로 증가한다. 즉, n큐비트=2ⁿ 비트다.


2개 큐비트로는 동시에 4가지 상태를(2의 제곱), 3개는 8가지(2의 3제곱), 4개는 16가지(2의 4제곱), 8개는 256가지(2의 8제곱), 10개는 1024가지(2의 10제곱)의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이걸 도넛으로 표현한다면, 기존 3비트 컴퓨터에서는 도넛은 앞면, 뒷면, 뒷면과 같이 3가지 상태(정보)를 나타낸다. 하지만 3큐비트에선 뒷면-뒷면-뒷면, 뒷면-앞면-앞면, 앞면-뒷면-앞면, 앞면-앞면-뒷면, 뒷면-뒷면-앞면, 뒷면-앞면-뒷면, 앞면-뒷면-뒷면, 앞면-앞면-앞면과 같은 8가지 상태를 나타낸다.
 
여전히 퀀텀컴퓨터가 먼 나라 얘기같다면 제시카 포인팅의 강연을 보기를 권한다. 영어의 압박이 있지만, 30분 정도 참고 보면 약간, 아주 약간 감이 온다. 제시카 포인팅의 강연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다만 퀀텀컴퓨터를 이해하기보다 퀀텀컴퓨터를 활용했을 때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 시스템이 처리하기에는 복잡하고 기하급수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장 큰 혁신이 기대되는 분야는 화학이다.
 
단순하게는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분자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제리 초우 IBM 연구원에 따르면, (놀랍게도) 현존하는 반도체를 모두 끌어보아도 카페인 분자에 담긴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의약품 개발이나 신재료 발견, 금융 데이터 모델 분석, 클라우드 보안, 인공지능(AI)의 획기적인 발전도 양자컴퓨터로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보다 클래식한 기사는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백지영기자 블로그=데이터센터 트랜스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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