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아마존 입점 대신 자사 웹사이트에서 직접 고객을 만나는 이른바 ‘D2C(Direct to Consumer)’ 플랫폼을 강화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약 1년이 지난 지난해 9월~11월 나이키의 매출은 전년 대비 9% 늘어난 112억달러(한화로 약 12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15억달러(약 1조6600억원)를 기록했다. 이중 D2C 매출은  매출의 약 40%에 달하는 4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온라인 매출은 무려 84%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나이키의 눈부신 실적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정이 함께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6년부터 매출 둔화세를 겪었던 나이키가 선택한 타개책이 바로 디지털 판매 전략이었다. 

 

나이키는 D2C를 통해 온라인 및 직접 판매를 강화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렸고, 실제 소비자 데이터 기반의 제품을 기획하고 공급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2019년에는 온라인 재고 및 유통관리를 도울 AI 기반 솔루션 기업인 ‘셀렉트’를 인수하며 다양한 유형의 소비자 데이터도 차곡차곡 쌓았다. 

특히 한정판 운동화 구매 등을 제공하는 나이키플러스 멤버십 앱을 비롯해 운동화용 앱, 피트니스용 앱, 나이키 런클럽 등 다양한 나이키 앱을 만들어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2021년 1분기 동안 나이키 앱에 대한 수요는 150% 증가했고, 2020년에만 100만건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는 또한 나이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친밀도를 높여 매끄러운 쇼핑 경험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평가다.

 

나이키의 디지털 DNA는 엔지니어링 조직인 ‘나이키 글로벌 테크놀로지’를 통해 드러난다. 나이키는 스스로를 기술회사(technology company)로 정의한다. 제품개발과 빅데이터 관리, 첨단 엔지니어링 및 시스템 지원을 제공해 기술과 스포츠의 융합으로 미래를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다양한 디지털 역량을 지원하겠다는 것.

 

한편 나이키의 디지털 여정은 클라우드로의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나이키는 아마존과는 결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17년부터 ‘디지털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며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전환 중이다.

 

나이키는 그동안 스니커 헤드(열성 구매자) 탓에 한정판 운동화와 같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홈페이지 트래픽의 수백배 폭증을 겪으며 골머리를 앓았다. 현재는 AWS의 오토스케일링(자동 서버 용량 확장)을 통해 이를 해결했으며, 현재는 DB부터 서버리스, 컨테이너 AI 및 머신러닝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또, 클라우드 기반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며, 오픈소스 기여도 지속하고 있다. 내부 지식을 전파하고 개발자에 영감을 불어넣기 위해 월간 엔지니어링 포럼과 기술토크, 해커톤 등도 진행한다.

 

지난해 나이키는 13년만에 새로운 CEO를 맞기도 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40년간 나이키에서 근무한 ‘나이키맨’ 마크 파커를 대신해 회사를 이끌 인물은 바로 클라우드 기반 IT서비스관리(ITSM) 분야 선두업체인 서비스나우 전 CEO이자 페이팔 의사회 의장인 존 도나호였기 때문이다.

 

존 도나호 나이키 CEO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에서 “디지털이 뉴노멀”이라며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도 소비자들은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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