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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주파수 흑역사…오락가락 900MHz 행보 왜?

통신이야기 13.07.1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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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행보가 점점 예상할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미 결정된 정부 정책에 노동조합이 나서 반대를 해 관제데모 논란을 불러일으키더니 이번엔 되도 않는 서비스를 시연하는 자리를 가졌다. 어제 말한 내용이 오늘 다르고 사장이 말한 것을 전무가 부인한다. KT는 왜 이러는 것일까.

일련의 KT의 행동으로 미뤄 본 KT의 요구사항은 이것이다. 900MHz 주파수 대역 조정 및 1.8GHz 인접대역 주파수 최저가 할당이다. 소비자나 투자자 경쟁사를 향한 메시지보다 정부를 바라보고 던지는 메시지다. 정부가 KT만을 위한 조직이 아닌 이상 난감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KT는 그동안 소비자나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서비스가 모두 거짓이었다고 실토했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정작 그들이 공략해야 할 시장의 믿음을 져버리는 행위의 연속이다. ‘자가당착’의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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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이런 어려움에 빠진 것은 지난 2010년 4월의 선택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800MHz 900MHz 2.1GHz 주파수 할당을 실시했다. KT는 900MHz를 골랐다. 대신 보유하고 있던 1.8GHz 40MHz 폭 중 20MHz를 반납했다. 이 1.8GHz 20MHz는 현재 SK텔레콤이 롱텀에볼루션(LTE) 보조망으로 쓰고 있는 그 주파수다. 이 때 KT가 900MHz를 고르지 않았다면 이미 출발부터 KT는 광대역 LTE가 가능했던 셈이다. 800MHz은 현재 LG유플러스가 LTE 전국망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다. 900MHz 대신 800MHz만 골랐어도 LTE 시대 LG유플러스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일은 없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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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16일 가진 ‘900MHz 대역 주파수 간섭에 대한 현장검증 시연회’는 바로 이 900MHz 가 쓸모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다. KT 네트워크운용본부 김영인 상무는 “KT도 간섭을 해결하기 위해 할 만큼 했지만 무선전화기와 전자태그(RFID) 문제를 해소하기가 너무 힘들다”라며 “정부가 주파수 대역을 옮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전무는 “서울 4개구 서비스도 힘든 상황”이라며 “대역을 옮겨줘도 연내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는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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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발표 때문에 그동안 KT가 가입자와 투자자를 기만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KT는 900MHz로 주파수부하분산기술(MC, 멀티캐리어)을 서비스하겠다는 발표를 수차례 해왔다. LTE-A도 곧 한다는 것이 KT 입장이다. 경쟁사는 KT보다 먼저 LTE 전국망을 구축하고 MC와 LTE-A를 도입했다. 이 때 KT가 취한 태도는 ‘900MHz를 이용해 우리도 곧 한다’였다. 900MHz가 쓰레기 주파수인데 무엇을 이용해 어느 정도 품질로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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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A는 LTE 주파수 2개를 1개처럼 합쳐 LTE 속도를 2배로 늘리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서는 2개 LTE 주파수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 MC가 우선이라는 소리다. MC를 주파수집성기술(CA, 캐리어애그리게이션)로 묶으면 LTE-A다. KT는 전국망은 1.8GHz를 보조망은 900MHz를 사용한다 했다.

그러나 이날 오 전무는 “서울도 4개구 구축을 하다가 문제가 생긴 상태”라며 “MC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시인했다. 오 전무는 지난 2월 KT가 개최한 ‘네트워크 전략 간담회’에서는 “올해 3월부터 MC를 도입하고 하반기에는 CA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KT가 900MHz 주파수 문제를 발견한 때는 2012년 9월. 900MHz를 못 쓴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발표를 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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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 1일에는 텔레콤&컨버전스(T&C)부문장 표현명 사장이 나서 “LTE-A를 할 수 있는 곳부터 하겠다”라며 “경쟁사도 전국망이 아니어서 다를 것이 없다”라고 역설했다. 지난 12일에는 LTE-A 스마트폰까지 판매를 개시했다.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4개구도 35% 기지국 정도만 제 성능을 낸다. 8월 전국 84개시 서비스에 들어가는 SK텔레콤과 질적 차이가 상당하다.

오 전무는 “우리가 서비스를 한다고 사용자가 가입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객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지 않는다”라며 “그동안 한 말은 900MHz 문제가 빨리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고 했던 것”이라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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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현재 태도는 무책임하다. 900MHz에 문제가 있었다면 문제를 인지한 시점에 공론화 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하지도 못하는 서비스를 ‘곧 한다. 우리도 비슷하다’라고 거짓을 주장하다가 1.8GHz 인접대역 할당이 임박하자 이를 지렛대로 삼는 것은 근시안적 전략이다. KT는 주파수 정책 실기로 고객 신뢰도 추락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1.8GHz로 LTE를 하기 위해 KT는 2세대(2G) 가입자를 쫓아냈다. 이들은 소송까지 벌이며 반발했다. LTE-A 시대 들어서까지 이를 반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