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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괴리…단말기 완전 자급제, 가능할까

통신방송 17.06.29 02:06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장기적 통신비 절감 방법 중 하나로 부상했다. 단말기 자급제는 휴대폰을 통신사가 아닌 곳에서 구입해도 국내 통신사 가입자식별모듈(USIM, 유심)을 장착하면 이동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2년 5월 시행했다. ‘완전’ 자급제는 통신사가 휴대폰 유통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통신사는 통신상품만 팔고 단말기는 제조사가 팔게 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통신비 절감 방안으로 여기는 이유는 통신사와 제조사의 행동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변화의 방향은 통신비와 출고가가 내려가는 쪽이다.

 

찬성론자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그동안 통신사는 고가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미끼로 고가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했다. 요금인하보다 지원금 경쟁에 치중했다. 휴대폰 유통을 못하면 이런 마케팅이 불가능해지고 가입자 유치를 위해 요금제 경쟁을 하게 된다. 소비자의 휴대폰 가격 부담이 늘지만 이는 시장 축소를 막으려는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로 이어진다. 요금도 출고가도 경쟁이 심화될수록 아래로 향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이상적 모습이다.

 

하지만 이 이상적 시장은 현실에선 작동하기 어렵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가 없다. 통신비와 출고가가 하향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통신 3사 중 KT와 LG유플러스는 휴대폰을 직접 유통한다. 2016년 KT와 LG유플러스의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별도기준 관련 매출액은 각각 2조5017억원과 2조4391억원이다. 전체 매출액의 14.7%와 21.3%다. 이 매출액이 사라진다. 기본료 폐지와는 다른 방향에서 경영위기다. 이를 받아들일 경우 관련 조직 등 시스템을 유지할 동력이 사라진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제조사는 통신사가 1차 구매자기 때문에 안정적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통신사는 수천대 수만대 단위로 단말기를 매입했다. 연간 시기별 몇 종을 공급하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매출이 있었다. 통신사가 손을 떼면 이 구조가 붕괴한다. 시기별 수천대 수만대 단위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한 대 한 대 매출관리를 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진다. 유통망을 자체 구성해야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 LG전자는 기존 가전유통망을 활용하면 되지만 나머지 회사는 진입하기 쉽지 않아진다. 온라인 판매를 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온라인 판매는 지금도 하고 있다.

 

대리점 판매점 등 통신유통망 손익악화도 불가피하다. 사실상 현 유통망은 통신상품 판매보다 휴대폰 판매로 인한 수익이 크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줄곧 주장한 이유도 통신상품 가입자 감소보다 휴대폰 판매가 줄어서다. 통신유통인이 모인 사단법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대기업 유통망의 시장 배제를 원하고 있지만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반대다.

 

휴대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선 단말기 완전 자급제 보다는 현재 가격형성 구조에 대한 개선이 적절하다. ▲통신사 판매 제품과 자급제 제품 가격차별 금지 ▲국내외 휴대폰 가격 비교 공시 ▲분리공시 도입 등 이해관계자 충격을 완화하며 시도해볼 수 있는 정책적 대안도 존재한다. 완전 자급제 시도보다 현행 자급제 활성화가 먼저다.